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역사적인 리비아 방문으로 리비아의 국제사회 복귀가 공식화했다. 블레어 총리는 25일 무아마르 가다피(62) 리비아 국가원수와 수도 트리폴리 교외의 천막에서 화해의 손을 마주 잡았다.블레어의 리비아 방문은 영국 총리로서는 1969년 가다피 원수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이 미국의 맹방이란 점에서 그의 방문은 미국과 리비아 관계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영국 총리 대변인은 블레어와 가다피가 "테러 근절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완벽한 의견일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에 의해 주요 '테러 지원국'이자 '불량 국가'로 지목됐던 리비아가 졸지에 대 테러전의 협력국으로 변신한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가다피가 추진한 '고립 탈출'정책의 결실이다. 스웨덴 로커비 상공에서 폭파된 팬암기 테러 용의자의 유엔 인도(99년), 로커비 테러 책임 시인 및 보상 약속과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 포기 선언(2003년)의 결과다.
가다피의 탈고립 정책은 서방, 특히 미국의 제재 해재와 서방 자금 유치가 없이는 국가 현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세계 5위권에 꼽히는 리비아의 풍부한 석유자원은 지금까지 서방의 제재로 땅 속에서 잠자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BBC 방송은 영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외교적,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적으로는 불량국가라 하더라도 서방의 노선에 순응하면 듬뿍 선물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의 외교적 성과를 통해 이라크전으로 궁지에 빠진 블레어 총리의 입지를 만회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리비아에서의 경제적 이권 획득이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영국·네덜란드 합작 석유기업인 로열 더치 셸이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리비아와 장기적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협정에서 우선 2억 달러 분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장기적으로는 1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영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스도 리비아의 노후한 민간항공기 교체를 위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영국은 또 대량살상무기 포기에 따른 리비아의 국방력 보완을 위해 육군소장을 국방조정관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영국은 대 리비아 무기수출의 채널을 마련했다. 영국의 이 같은 성과는 리비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자극해 미국의 대 리비아 관계개선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배연해기자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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