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처리도 막막한데 재료 값은 오르죠, 중국은 싼 값에 쏟아내고 있죠, 어떻게 견디겠습니까."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업체인 금강화섬은 25일 경북 구미공장 내 15개 생산라인의 조업을 중단했다. 화섬업계에서 라인 일부가 멈춰 선 것은 대한화섬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럭저럭 버텨보았지만 내수가 회복될 기미는 까마득하고, 원자재가 상승과 중국의 저가 공세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물론 라인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출하가 더 줄어들어 앉아서 돈만 까먹는 셈이다. 그래도 억지로 공장을 가동해 재고만 쌓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계산이다.
화섬업계 뿐 아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의 올해 최대 걱정거리는 가계대출이 아니라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이다. 가계대출이야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지만, 가계가 덜 먹고 덜 쓰는 저 소비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은 더 위험해 질 거라는 얘기다.
중소기업 지원을 전담하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1.8%에서 올 2월말 2.8%로 치솟았다. 시중 은행 중에서 중기 대출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3.2%에서 3.8%, 기업대출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90%인 우리은행은 2.7%에서 3.5%로 올랐다.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설비투자의 꿈도 못 꾸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31.7% 늘릴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중소기업은 오히려 6.1% 줄일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 3.1%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거머쥐었던 지난해 투자실적(마이너스 3.4%)보다 더 암울하다는 얘기다. 투자를 못하니 신제품을 못 내놓게 되고, 신상품이 없다 보니 경쟁력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고난이 한 두 해 지난다고 나아질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화섬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의 연이은 조업중단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극히 일부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때까지 한계 기업들의 조업 중단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과 원자재값에 비해 쉽게 올릴 수 없는 납품단가, 중국의 저가 공세 등은 끝을 알 수 없는 장기 악재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달 전국에서 부도를 내고 쓰러진 업체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401개로 1월보다 27% 증가했다"며 "그러나 내수침체와 부도간 시차를 고려하면, 부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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