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잠드시고, 어린 후배들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어주세요."26일 오전 9시30분께 대구 성서 개구리소년 5명의 영결식이 열린 경북대병원 지하1층 영안실. 이들의 초등학교 후배인 임희수(12·성서초 학생회장·6년)군이 "형들이 금방이라도 교정으로 달려올 것 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며 애도사를 하는 순간 개구리소년의 가족들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1991년 3월26일 실종된 후 꼭 13년째 되는 이날 불교식으로 열린 '성서 개구리소년 합동영결식'에는 김종식(당시 9)군의 아버지를 제외한 부모와 친척, 실종자 가족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대표인 영규(당시 11)군의 아버지 김현도(58)씨는 "자식들의 주검이 발견된 후 '저체온사'라는 엉터리 추정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진실이 밝혀져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부모들이 애들 영혼도 못 달래줬지만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에 고맙다"고 짧게 말을 맺었다.
유족들은 영결식 후 노란 국화로 장식된 영구차 3대에 나눠 타고 모교인 성서초등학교와 달서구 이곡동의 생가, 유골이 발견된 와룡산의 세방골 등에서 노제를 지낸 후 대구시립화장장으로 향했다. 하얀 가루로 변한 자식들을 성주대교 아래 낙동강으로 뿌리던 종식군의 어머니 허도선(49)씨는 "다시는 우리처럼 자식들을 잃는 부모가 생겨나지 마라"며 통곡했다.
유족들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2년 남은데다 국내 법의학 연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자녀들의 두개골을 경북대병원에 영구기증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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