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6일 촛불시위 지도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체포영장을 기각한데는 체포 대상자들이 뒤늦게 자진출석 의사를 나타낸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촛불시위를 주도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처음부터 검찰이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비난하고 있어 이들과 검찰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이혜광 부장판사는 이날 "체포영장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발부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피의자들이 출석요구에 두 차례 응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3차 출두 시한인 30일까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즉 검찰이 30일까지 출석 여부를 좀 더 기다려봤어야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검찰은 이날 체포영장 기각 소식에 당혹해 했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거의 본 일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검 공안부는 체포영장 기각후 회의를 갖고 "3차 출두 시한인 30일까지 기다려보겠다"며 "우리(검찰)에게는 출두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30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의미로, 촛불시위 지도부의 '이중행동'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촛불시위 지도부의 출석을 이끌어 내기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해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촛불시위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는 보혁 갈등 움직임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증폭돼 물리적 충돌 등 불미스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부 등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 계속되고 있는 촛불시위의 파장을 17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4월2일 이전에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컸던 것이다.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에 "법집행 절차를 무시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던 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시대흐름에 맞춰 선택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범국민행동 최열 공동대표 등 체포영장이 청구됐던 지도부 4명도 "이미 경찰에 출두 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예정대로 30일 오전 경찰에 출두해 촛불시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범국민행동은 이날 밤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화문 네거리에서 촛불시위를 이어갔으며, 27일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를 예정대로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키로 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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