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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슨스 댄스 컴퍼니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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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슨스 댄스 컴퍼니 내한 공연

입력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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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첫 내한공연 무대가 그간 소개되었던 일면들 이상의 플러스알파를 기대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었다. 혹시나 하면서 그들에 대하여 내심 짐작하고 있던 한계를 유보했건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럴 땐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것을'과 같은 낡은 감상적 멘트가 어느 정도 유용하다.1부는 이미 한국에서 어린이 공연으로 인기를 모았던 '봉투'와 '잠의 연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두 작품은 봉투 빼앗기나 잠버릇 같은 매우 쉽고도 단순한 모티프가 어떻게 춤으로 짜여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안무 입문서 같은 춤이었다. 친숙한 일상적 움직임과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맞물리면서 일종의 극적 구성을 이루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품이었다.

문제는 세종문화회관이란 무대가 지나치게 과도해서 지난번 공연과 같은 집중도와 호응도에 다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다른 작품들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것은 또한 큰 무대에 걸맞은 그 무엇에 대한 기대에 비해 작품의 전반적 수준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좀 더 추상화된 춤 테크닉이 음악에 반응하여 나열되는 작품들이 나머지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음악이 재즈나 에스닉 풍으로 바뀌고 그에 따라 틴에이저 뮤지컬이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각각의 춤들이 만들어졌다. 음악에 큰 비중을 두는 안무의 인식 수준은 일관적이었다. 그렇다 해도 음악과 춤의 짜임새는 의외로 밀도가 부족했고, 구식이기조차 한 점은 실망스러웠다.

더구나 2부 중 그들이 야심작이라고 내놓은 'Caught'라는 작품은 음악에의 편향에서 벗어나는 이질성이 있었으나, 실험적이라고 보기엔 너무 표피적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근육맨의 나이트클럽 싸이키 조명 쇼'였다.

빛이 깜빡거릴 때마다 인간이 허공에 매달려 감전된 듯이 보이는 잘 통제된 눈속임은 그 자체에 그쳤을 따름이다. 그러한 환상은 현실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산출해내지 못하고 다만 조명효과가 사라진 후의 어색함만을 남겼다.

이번 공연에 대해 현란한 수사학보다 필요한 것은 명확한 성격 규정이었다. 그들에게는 입에 발린 극단의 찬사보다는 '어린이용' 혹은 '교육용'이라는 문구가 더 어울려 보였다.

파슨스의 단독 공연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한국 출신인 안트리오와의 합작 무대이다. 프로그램이 바뀌어 27일 올려지는 이 공연은 대중성의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던 화제의 기획이란 점에서 지켜볼 만하다.

/허명진·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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