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정부의 에너지 대책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정부가 에너지소비절약 1단계 조치를 가동키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재계 관계자는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난 1973년 당시 정부 대책 목록을 보면 이 관계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차량운행 억제, 유흥업소 규제 등을 통한 에너지 10% 절감운동 전개, 열 관리법에 의한 산업부문 에너지절약 방안 등 지금 들어도 귀에 익숙한 대책 일색이다. 당시 대책에 '10부제 시행', '에너지 다소비 업체·기관 집중 관리' 등의 문구만 수정해 올해 다시 발표한다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제 유가가 올랐다고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우리가 절약에만 매달려 있을 때 미 행정부가 에너지 장기계획 아래 전략 비축유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것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물론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와 석유를 생산하는 대국의 사정이 같을 리 없다. 그러나 30년 동안 '자동차도 타지 말고 불도 켜지 말라'며 국민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사후 약방문식 대책만 내놓는 것이 정부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이날 재계 일각에서 "에너지 위기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절약 대책은 효과도 미미한데다 일회성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절약 대책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가 더 위축될 우려도 크다.
국민들은 유가가 오를 때마다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는 정부보다 해외 자원 개발과 자원 외교에 더욱 힘을 기울이는 달라진 모습을 보고싶다.
박일근 산업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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