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들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관에 근무하다 보니 한국인과 캐나다인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다. 나는 캐나다인들에게서 본받을만한 장점으로 이들이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수년 전 서울 한강 시민공원에서 암기금 모금을 위한 '테리 폭스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다. 테리 폭스 대회는 골수암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도 암환자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캐나다 국토를 달리기로 횡단하다 사망한 테리 폭스를 기리는 행사다. 이 대회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열리는데, 한국에서도 13년 째 열려 수익금 전액이 한국의 암연구 발전을 위해 기부되고 있다.
나는 캐나다에서 2년간 공부를 하긴 했지만 상당히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참가자가 1,500여명에 이르는데다 귀빈들도 적지 않아 안전 점검과 원활한 행사진행 준비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꽤 많았던 것이다. 운이 좋아서인지 행사는 아무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아마 한국 어디에도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단 2명의 실무자와 100여 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전담하는 사례가 없었을 것이다.
놀라웠던 점은 캐나다인들이 생각하는 자원봉사의 의미는 한국인들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자원봉사라도 교통비나 식대 정도는 지급 받는 걸로 생각했는데, 캐나다인들에게서 자원봉사는 글자 그대로 아무 대가 없이 일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참가비를 내야 했다. 아마 자원 봉사자가 없는 테리 폭스 달리기 대회는 무의미할 것이다. 이들이 행사를 빛내는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캐나다는 그저 깨끗한 자연환경에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이 정말 순수한 맘으로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리적으로 세계 최대의 강국인 미국 위쪽에 자리 잡아 그늘에 가려 다소 소극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 행사를 통해 보여준 그들의 휴머니즘이야말로 세계 최고가 아닐까?
요즘같이 각박하고 온갖 비리가 탄로 나는 세상에서 아무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곧 선진국으로 가는 우리 모두의 자세인 것 같다. 한국에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젊은이가 많아졌으면 한다.
강 은 정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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