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전문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경제전망치가 자꾸 빗나가고 있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계속 수정을 하는데도 실제 결과와는 동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너무 틀리다보니 연구기관들이 경제전망 수정 자체를 꺼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맞추는 기관이 없다
가장 황당한 전망이 나오는 부문은 경상수지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흑자는 123억 달러. 그러나 당초 한국은행은 35억달러 흑자를 전망했다. 1차 수정전망때는 오히려 10억달러 적자를 예상했으며 2차 수정전망을 내놓았던 7월까지도 한은은 흑자폭이 2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연구원도 최초 전망은 각각 23억달러, 11억달러였으며 3·4분기까지 1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 기관은 한군데도 없었다.
성장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은이 최초 제시한 2003년 성장률 전망은 5.7%. KDI와 한경연도 각각 5.3%, 5.8%를 예상했다. 작년도 확정치 3.1%(기준연도개편효과를 빼면 실제론 2.8% 내외 추정)와는 모두 2%포인트 이상 괴리가 있다. 북핵과 SK글로벌 사태가 터져 경제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했지만, 상반기까지 대부분 기관들은 4%이상 성장을 예상했다.
올해는 더 심하다
작년말 한은이 전망한 금년도 경상수지흑자는 약 60억달러. KDI는 74억달러, 한경연은 40억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경상수지는 1∼2월에만 48억달러 흑자를 냈고, 3월까지 6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연간 전망치를 이미 1·4분기에 도달하는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각 기관들은 연간 2.8∼2.9%로 전망했지만, 1∼2월 물가동향을 감안하면 이미 틀린 수치가 되어 버렸다.
왜 빗나가나
경제전망의 오류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해외민감도가 높아진 점을 들고 있다. 이라크전쟁 테러 미국증시 등 예상키 어려운 해외변수가 여과없이 국내경제에 반영되기 때문에 경제전망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경상수지에서 유독 오차가 큰 것은 수출입 가격 즉 환율예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율은 엔 달러 등 대외요인외에 정부의 '의지'까지 반영되어 있어 전망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차제에 경상수지는 액수를 전망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조사국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고관리패턴이 달라지면서 생산·재고변동에 대한 전망이 근본적으로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족집게' 전망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 그러나 최초 전망치는 물론 수정전망치 조차 실제와 동떨어지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어, 국내 연구기관의 경제예측능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기업들의 연간 사업계획이 이들 경제전망치를 참조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보다 현실에 근접한 경제전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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