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 않아요. 폭발하고 싶지 않아요."폭탄 조끼를 몸에 두른 10대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달려가다 저지당했을 때 외친 절규다.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 피살로 '피의 보복'이 공언된 상황에서 이 소년을 활용하려 했던 자살폭탄테러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 장면은 AP통신 기자 등이 촬영한 영상에 담겨 TV로 생생하게 방송됨으로써 큰 충격을 던졌다.
이 소년은 24일 오후 4시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이스라엘의 경계인 하와라 검문소로 갑자기 뛰어 들었다. 소년의 스웨터가 불룩한 것을 본 이스라엘군은 폭탄 테러임을 직감, 소년을 멈춰 세우고 옷을 벗겼다. 회색 폭탄조끼가 드러났다. 소년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이거 어떻게 벗어요"라며 넋이 나간 듯 했다.
소년의 이름은 후삼 압두. 16살이지만 지능이 또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폭하면 에덴동산에서 72명의 아름다운 여인들과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얘기로 압두를 유혹한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압두는 100셰켈(약 3만원)을 받아 사탕을 사서 가족과 이웃들에게 실컷 인심을 쓰곤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
이스라엘측은 앞으로 더 많은 소년들을 테러에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16일에도 11살 소년이 원격조종 폭탄이 든 것도 모른 채 가방을 나르다 붙잡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2000년 이후 자폭 테러범 중 18세 이하가 31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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