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개막(내달 2일)을 1주일 앞두고 야당발(發) 변화의 태풍으로 선거구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 역풍 이후 민주당의 급속한 쇄락과 한나라당의 쇄신 몸부림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맞대결을 재촉하고 있다.민주당의 몰락은 기존 총선 판세의 근본적 변화를 몰고 올 중대 사건이다. 탄핵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이 더 이상 이번 총선의 의미 있는 한 축이 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대부분 선거구에서 유권자에게 외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기 탈출방안을 둘러싼 최근의 민주당 내홍이 가까스로 봉합 된다 해도 탄핵 이전 수준의 지지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열린우리당은 이 민주당의 공백을 고스란히 메우며 전국에서 판세를 압도하고 있다. 이제 열린우리당의 남은 적수는 그나마 영남과 보수층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뿐이다.
현재로선 민심의 추가 열린우리당 쪽으로 현저히 기운 형국이다. 하지만 두 당의 맞대결로 선거판이 짜여진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히리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양당 구도로 치러진 역대 대선과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견제심리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일방적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1998년 6월 민주당 고건,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가 맞붙은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DJ정부 출범 직후라는 시점 때문에 처음에는 최 후보의 절대 열세가 점쳐졌지만 최 후보는 43%를 얻어 고 후보와의 차이를 10%포인트 안팎으로 좁혔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이 호남을 장악하는 판세가 이어질 경우 '탈(脫) 한나라당' 기류가 두드러지고 있는 영남 민심의 변화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과 호남의 결합에 대한 반작용으로 영남이 다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뭉칠지 모른다는 관측이다. 이는 수도권의 영남출신 유권자에게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대구·경북(TK)출신인 박근혜 대표를 새로운 간판으로 내세운 것은 이런 점에서 유의해 볼 만하다.
물론 '박근혜 효과'는 아직 뚜렷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SBS가 24일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각 당 지지도 조사결과는 열린우리당 52.4%, 한나라당 19.3%, 민주당 3.9% 등으로 박 대표 취임 이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반등의 잠재력은 분명히 감지된다. 같은 날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52.9%가 "박 대표 선출이 한나라당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특히 TK에선 한나라당 지지도(24.1%)가 20일 조사에 비해 8.4%포인트 올랐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선거구도와 판세의 요동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의 독주 양상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심리를 최대한 표로 연결시키는 데 전략의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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