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 내용이 말썽이다. 야당이 주도한 탄핵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개진에 시비가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탄핵재판의 당사자나 대리인도 아닌 장관이 정치적 해석까지 덧붙여 강한 소신을 피력한 것은 부적절하다. 헌재가 의견을 물어 판단에 참고할 범위조차 넘어선 듯한 정치적 견해를 굳이 역설한 것은 본분을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의견서 명의가 법무부인지 장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 쟁점인 대통령의 선거중립 위반여부에 대해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길게 시비할 일은 아니다. 나아가 설령 위법이더라도 탄핵사유는 아니라는 견해까지 이해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은 법질서 유지와 집행을 맡은 실무 책임자인 동시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내각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탄핵의결 절차를 불법으로 규정한 대목부터는 문제가 있다. 국회와 변협 등에서 시비하는 것은 몰라도, 법무부 장관은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어 탄핵의 본질을 개혁정부와 야당의 갈등구조에서 강한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한 결과라고 규정하는 등 정치적 해석을 시도한 것은 엉뚱하다. 이처럼 심오한 정치적 평가는 대통령 변호인단이 해야 제격이다. 헌재도 법무부 장관에게서 그런 장외 변론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중적이라고 오해받은 중앙선관위를 오히려 본받을 만하다. 선관위는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재확인하면서도, 탄핵에 대해서는 소관이 아니라며 '의견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개혁과 탄핵에 대한 소신이 아무리 확고하고 법리논쟁에 자신 있더라도, 법무부 장관은 다른 어느 장관이나 기관보다 법과 정치의 경계를 엄격히 헤아려 처신할 때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