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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66>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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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66>챈들러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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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3월26일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적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캘리포니아주 라졸라의 스크립스 병원에서 폐렴으로 숨졌다. 71세였다. 챈들러 소설의 대표적 캐릭터는 필립 말로다. 그의 첫 장편 '커다란 잠'(1939)에 38세의 탐정으로 등장해 193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비정한 이면을 헤집는 말로는 이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후속 작품들을 이끌어갔다. 일 중독, 알코올 중독에 냉혹한 장사꾼의 면모까지 지닌 말로는 챈들러의 실루엣이기도 했다.챈들러의 삶은 45때인 1933년을 경계로 확연히 구분된다. 그 이전까지 그는 떠돌이였고, 그 이후에는 작가였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챈들러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한 뒤 어머니를 따라 영국으로 가 자랐다. 24세에 영국 국적으로 지니고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농장과 공장 품팔이꾼, 경리 사원 등을 전전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캐나다군으로 징병돼 프랑스 전선에서 싸웠고, 제대 후에는 한 석유조합의 회계원으로 들어가 감사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알코올 탐닉은 늘 챈들러의 직장 생활을 불안하게 했고, 그의 육체적·정신적 활력을 끊임없이 갉아먹었다. 1932년 석유조합에서 해고된 뒤 그는 술을 끊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금주 결심은 곧 깨졌지만,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은 깨지지 않았다. 그는 1933년 말 '블랙 매스크'라는 펄프 잡지에 단편 '공갈자들은 총을 쏘지 않는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그리고 그의 네 번째 단편 '빗속의 살인'을 확대해 첫 장편 '커다란 잠'(1939)을 발표하면서 범죄 소설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몸이 불편한 백만장자,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의 두 딸, 협박, 살인 등 범죄소설의 고전적 요소들을 고루 갖춘 이 작품은 험프리 보가트가 말로 역을 맡아 영화화되기도 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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