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민주당의 내분 사태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의원이 25일 심야에 전격 회동, 1시간 가량 절충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분당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당이 쪼개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소장파들은 공천권 반납은 물론 탈당을 포함한 결별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수도권 공천자 30여명과 중앙당 당직자 60여명은 여의도 당사에서 조 대표의 퇴진을 재차 촉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는 등 사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추 의원과의 만남 직후 자택으로 향하던 조 대표는 유용태 원내대표, 강운태 전 사무총장 등을 다시 만나 대책을 숙의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조·추 회동에 앞서 조 대표와 유 원내대표 등은 이날 밤 시내 한 호텔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조 대표 퇴진 불가'와 '26일 선대위 발족'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자리에선 대표사퇴 주장도 나왔지만, 조 대표는 "추 의원 설득이 먼저"라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최대 주주격인 한 전 대표도 이날 오후 지역구인 신안에서 급히 상경, 국회도서관에 머물던 조 대표를 직접 찾아가 "당 지지도 하락에 대해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설득했다. 하지만 30여분 뒤 그는 "당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지지자들이 당을 걱정하고 있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소장파의 집단행동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설훈 정범구 의원 뿐만 아니라 전갑길 김효석 조재환 이낙연 의원 등은 탈당과 무소속연대까지 고려하며 향후 진로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결단을 내릴 경우 촉박한 선거일정상 신당 창당 대신 무소속연대를 택할 공산이 커보인다. 추 의원이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집결'을 주장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오전에는 임창렬 전 경기지사 등 수도권 원외 공천자 38명이 공천권 반납을 거론하며, 당직자 150여명은 비대위 구성과 일부 공천의 재조정을 요구하며 추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호남지역 공천희망자들은 '평화민주연대'의 발족을 선언하며 무소속연대 추진에 나섰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이 깨지면 공멸한다"는 위기감 속에 중재 노력도 이어졌다. 김중권 전 대표는 "이대로 호남에서 몇 석 건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호남 중진들의 결단과 소장파의 의연한 자세를 눈물로 호소했고, 장성민 청년위원장도 '조·추 담판론'을 제기했다.
당내에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지만, 지도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조 대표의 전격 사퇴 등을 통한 사태봉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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