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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黨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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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黨 명암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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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 중 하나는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명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진보정당의 대표 격인 민주노동당은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 이래 40년 만에 최초의 원내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원조를 자처할 정도로 보수 정당의 대명사인 자민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이런 흐름을 들어 "17대 총선이 보수·중도 성향이었던 한국 정당의 이념지형을 이전보다 조금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노당은 최근 당 지지율이 꾸준히 4∼6%를 유지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 민주당보다 높은 7%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경남 창원 을에 출마하는 권영길 후보는 현재 지지율이 50%에 육박하고 울산 북구의 조승수 후보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2002년 지방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2∼3%의 정당지지도가 나오다가 실제 투표에서는 8.13%가 나왔다"며 "이번 총선에서의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10∼15%까지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노당은 비례대표 4∼8석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자민련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당 지지율은 1%안팎을 맴돌고 있다. 140곳에서 지역구 공천자를 냈지만 아성이었던 충청권에서조차 탄핵 역풍에 휩쓸려 1, 2곳을 빼곤 확고한 1위를 보이는 후보를 찾기 힘들다. 한때 대권까지 노렸던 이인제 의원조차도 열린우리당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선에서 당 지지율이 3%를 밑돌면 비례대표를 한 석도 건지지 못한다.

때문에 1995년 창당된 이후 제3 또는 제4당의 위치를 고수해 왔던 자민련이 자신의 자리를 민노당에 내주리라는 관측이 우세해 지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3김 정치, 수구냉전 세력이 한국정치에서 사라지고 진보정당이 대안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자민련의 퇴조는 3김 정치에 기반했던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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