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한마디에 마음과 정성을 실어야 고객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얼굴 없는 보험설계사'로 불리는 보험사 텔레마케터.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 보험 상품을 팔면서도 백만불원탁회의(MDRT)에 오른 영업의 달인들이 있다. 신한생명의 여성 텔레마케터 정혜성(35) 우지연(35) 김병선(42) 박소영(39)씨.
이들은 지난해 각각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려 25일 미국 MDRT협회로부터 정식 회원자격을 인정 받았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는 연소득 6만5,000달러 이상의 우수 보험설계사만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국제기구. 보험세일즈맨이라면 누구나 꿈 꾸는 '명예의 전당'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계약 건당 규모도 작고 수수료도 낮은 텔레마케팅(TM) 부문에서 MDRT에 오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정혜성씨는 1999년 3월 신한생명이 생보업계에서 처음으로 TM 영업을 시작할 때 입사한 경력 6년차 베테랑 텔레마케터. 지난해에만 9억3,000만원 어치의 보험을 판매해 2억1,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인 그는 '꼼꼼한 애프터서비스'를 영업비결로 꼽는다. "고객을 새로 확장하는 것보다 1명의 고객이라도 성심껏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고객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알려고 노력한다면 재정설계자로서 개척할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입사 4년째인 우지연씨(지난해 소득 1억4,000만원) 역시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요즘 혼자서 관리하는 보험고객만 2,257명에 이른다. 회사 컴퓨터로도 웬만한 고객정보는 다 확인할 수 있지만 한번 통화한 고객에 대해서는 개인 대학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일일이 메모해두는 게 습관이다. 지금은 목소리만 들어도 고객 한 명 한 명을 정확히 판별해낼 정도. "내 맘에 쏙 드는 선물을 자랑하듯 상품을 추천하면 목소리에 절로 흥이 나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귀띔한다.
유일한 미혼인 박소영씨는 TM분야 경력 1년 만에 1억5,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신한생명 입사 전 대형보험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경험 덕분에 보험상식이 해박하고 말솜씨도 빼어나다. 보유계약건수도 4,100여건으로 사내 1위다. 박씨는 "전화판매는 아무리 구조가 복잡한 상품이라도 짧은 시간에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본인만 성실하면 발로 뛰는 영업에 비해 몇 십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소개한다.
입사 3년4개월째인 김병선씨(연소득 1억원)는 '분초까지 쪼개 쓰는'시간관리로 MDRT에 올랐다. 씨티은행 카드발급 관련부서에서 TM영업을 했던 김씨는 "하루 종일 전화통과 씨름하며 고객과 줄다리기 하기 위해선 철저한 시간관념과 체력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초창기와 달리 요즘엔 텔레마케팅도 당당한 전문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어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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