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열도정복(知彼知己 列島征服)!" '아시아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즈)이 방망이 날을 벼리고 있다.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 14번의 시범경기 성적표(45타수 10안타 3홈런 16삼진, 2할2푼2리)를 움켜쥐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본열도 정벌을 준비하고 있다. 27일 개막하는 일본프로야구 정규시즌서 외로운 싸움을 벌일 이승엽에게 국내 야구 전문가들이 따뜻한 조언을 했다. '타격사부' 백인천 전 롯데 감독, '일본통' 김성근 전 LG 감독, '야구해설의 달인'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이 이구동성 전하는 비책은 평범하지만 의미심장한 손자병법의 핵심 '지피지기론'이다.적을 알라(知彼·지피)
시범경기는 적을 알기 위한 부단한 탐색전이었다. 아래로 뚝 떨어지는 포크볼, 한치 오차도 없는 코너워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볼 배합, 타격자세를 허무는 변칙투구까지 '일본의 마운드'는 소문보다 더 가혹했다. 이승엽 역시 "직구인 줄 알았는데 변화구에 속았다" "공이 안 보인다" "타이밍을 놓쳤다" 등 투수공략에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김 전 감독은 "몸쪽 변화구에 약하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라"며 "몸쪽 공은 파울로 연결하거나 짧게 끊어칠 수 있는 요령을 기르라"고 지적했다. 백 전 감독은 "초구나 2구를 노리라"며 "경기를 하다 보면 똑 같은 투수와 포수를 만나는 만큼 상대의 습성을 빨리 파악하고 투수마다 가진 독특한 스트라이크존을 계속해서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허 위원은 "투수를 모르는 상황에선 타자가 무조건 불리하게 돼있다. 하지만 상대 팀이 5개, 투수는 30명 안팎이니까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초반엔 장타보다 좌중간을 목표로 밀어치는 타격을 하면서 감을 익히고 상대투수의 특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을 알라(知己·지기)
이승엽 본인 조차 "방망이가 빨리 돌아간다"고 조급함을 인정한 바 있다. 허 위원은 "목표를 버리라"고 주문했다. 주위 기대에 떠밀려 '30홈런' 운운하는 것은 스트레스만 키운다는 것. 허 위원은 "2년 계약이니 여유를 가지라"며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면 오히려 집중견제를 받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직접 경기를 뛴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했다. 그는 "자기 폼을 순식간에 바꾸는 것은 말이 안되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백 전 감독도 "못 칠 때는 '다음에 칠 수 있다', 잘 칠 때는 '내가 해내지 않았는가'라며 끊임없이 스스로 자신감을 북돋우라"고 강조했다.
30홈런 가능한가 (不殆·불태)
애정어린 충고는 같지만 이승엽의 목표(30홈런) 달성과 시즌 전망에 대해선 조금씩 엇갈렸다. 김 전 감독이 "정규시즌은 보다 정교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홈런 20개'를 예상한 반면 허 위원은 "적응이 빠른 만큼 전반기에 홈런을 15개 이상 치지 않겠느냐"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백 전 감독은 "5월이 되면 잘 할 것"이란 말을 남겼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日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이승엽을 발판으로 30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는 지바 롯데 마린즈는 퍼시픽리그 소속이다. 일본프로야구는 1950년부터 각각 6개 팀씩 센트럴과 퍼시픽, 양대 리그로 나뉘어 정규시즌을 치른 뒤 리그 우승팀이 일본시리즈(매년 10월16일, 7전4선승제)에서 맞붙어 지존을 가린다. 올해는 퍼시픽리그가 센트럴리그보다 일주일 빠른 27일 정규시즌을 시작한다. 이승엽의 활약을 제대로 보기위해선 퍼시픽리그 소속 팀의 특징과 독특한 규칙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각 팀의 면면부터 화려하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맹장 오사다하루(王貞治) 감독의 다이에 호크스,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버티고 있는 세이부 라이온즈, 구대성의 오릭스 블루웨이브,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우주인' 신조 쓰요시의 니혼햄 파이터스, 긴테쓰 버펄로스 등이다.
퍼시픽리그 팀은 모두 135경기(팀간 27경기)를 소화한다. 다승제를 택한 한국과 달리 승률로 순위를 결정한다. 정규시즌 2, 3위가 맞붙어(3전2선승제) 시즌 1위 팀과 5전3선승제로 리그 우승을 가리는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하고 있다. 1, 2위 팀이 5승 이상 차이 나면 1위에게 1승을 얹어주는 '어드밴티지룰'도 적용한다. 퍼시픽리그는 센트럴리그와 달리 '선발투수 예고제'와 '지명타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용병은 3명까지 동시 출장할 수 있다.
/고찬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