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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전찬일과 극장가기-'아홉살 인생' 등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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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전찬일과 극장가기-'아홉살 인생' 등 2편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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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에게도 인격과 인생이 있다는데, 아홉 살 아이들에게도 인생이 있다는 건 불필요한 진술일지 모른다. 그 진실은 하지만 종종 잊혀지곤 한다. 위기철 원작의 베스트셀러를 ‘약속’ ‘와일드카드’ ‘보리울의 여름’ 등을 집필 혹은 각색한 바 있는, ‘볼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의 희곡작가 이만희가 각색했고 ‘바리케이드’ ‘마요네즈’의 윤인호가 감독한 ‘아홉살 인생’은 그 엄연한 진실을 새삼 역설한다.궁핍하기 짝이 없는 가정환경에도 얼굴짱에 몸짱에 쌈짱에 맘짱이기까지 한 ‘킹 카’ 백여민(김 석 분)을 비롯해, 뻥과 새침에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러나 전혀 밉지 않은 서울 소녀 장우림(이세영), 한마디로 “질투는 나의 힘!”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오금복(나아현),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세상 이치에 통달한 여민의 단짝 친구이자 오른팔 신기종(김명재) 등 아홉살 소녀 소녀들에게도 어른 못지않은 삶들이 있다고.

새삼스러울 것 없는, 뻔한 주제건만 영화는 제법 볼만하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때로 과잉으로 치닫는 감상성 신파도 무작정 싫지 만은 않을 정도다. 무엇보다 아역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대결(?)및 조화 덕이다. 사실 프로(김 석, 이세영 등)와 아마추어(나아현, 김명재) 연기자들이 뒤섞인 탓에 연기연출에서 일말의 균열이 발생, 영화의 리듬이 적잖이 훼손되는데도 큰 흠이 되지 않는다. 아니, 외려 더 효과적이다.

애들 영화다운 풋풋함이 느껴진다. 캐릭터및 에피소드의 안배나, 디테일 등에서도 영화는 일정 정도의 수준을 구현한다. 이런 미덕들 덕에 ‘상투적 아이들 영화’쯤으로 가벼이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 못지않은 강렬한 노스탤지어나 현실적 동감을 안겨주는데 성공한다.

반면, 의도및 주제에서만은 어느 작품 부러울 것 없을 ‘맹부삼천지교’ (감독 김지영)는 ‘아홉살 인생’의 현실적 동감에 다다르질 못한다. 물론 코미디, 특히 ‘조폭성 코미디’ 팬이라면 이 영화가 훨씬 더 구미가 당길지도 모르겠다.

아들 사성(이준 분)을 서울대에 진학시키고 말겠다는 집념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맹만수(조재현)의 부성이나, 모의고사 전국 1등이라는 실력 때문일까, 어느 조폭 조직의 중간 보스건만 조카 현정(소이현)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마냥 꼼짝 못하는 최강두(손창민)의 비밀(?)에 말이다.

그럼에도 무리한 조폭코드 도입 탓에 “부성과 더불어 사회적인 이슈를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은 치명적으로 손상된다. 그 결과 부성과 사회적 이슈 둘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우를 저지르는 꼴이 되고 만다. 어찌 보면 그 의외성이 영화의 최대 덕목일 수도 있겠다만. 조재현, 손창민 등의 코믹 연기도 그렇고….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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