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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지켜온 "고향의 情"/KBS1 "6시 내고향" 3,0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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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지켜온 "고향의 情"/KBS1 "6시 내고향" 3,000회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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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KBS 1TV에 채널을 고정하면 어김없이 흙 냄새와 바다 내음이 담뿍 담긴 고향 소식을 들을 수 있다. 꼬박 13년간 한결같이 이 시간대를 지켜온 '6시 내고향'(월∼금요일)이 있어서다. 지방자치제 출범과 함께 1991년 5월 20일 첫 전파를 탄 이후, 전국의 농어촌과 도시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해온 '6시 내고향'이 26일 3,000회를 맞는다."밤새 일하더라도 아무도 불평 한마디 없이 정말 열심히 했어요. 고향 분위기 내려고 저랑 박용호 아나운서는 한복 입고, 세트도 장독대나 사립문으로 정답게 꾸몄죠. 게다가 1주일에 한 번은 직접 현지에 내려가 진행했고요." 3년 5개월간 '6시 내고향'을 진행한 초대 MC 이금희(38) 아나운서. 순전히 '여자 아나운서 중 제일 촌스럽다'는 이유로 발탁됐던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고향'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음으로 느끼게 됐다"고 회상한다.

'6시 내고향'이 세운 각종 기록도 눈에 띈다. 박용호 이금희씨를 비롯, 현재 오유경 오태훈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20여명의 아나운서가 프로그램을 거쳐갔고 350여명의 PD들이 제작진을 이뤘으며 참여 작가와 외주제작 PD도 각각 150명에 달한다.

'고향'이라는 두 글자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층에게는 점차 생경한 단어가 되고 있지만 '6시 내고향'은 여전히 평균 12∼1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드 팬'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농어촌의 현실보다는 먹거리나 관광지 소개에 치우쳐 고향 풍경을 눈요깃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 수년 간 제작을 외주 제작사에 맡기면서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졌다는 따가운 지적도 받았다.

2003년 가을 개편부터 '6시 내고향'의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KBS 교양국 함형진 부주간은 "자체 인력을 크게 보강해 직접 제작하고 있다. 또 고향에 대한 향수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농어촌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다음 개편부터는 'PD 리포트' 코너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식의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요일별로 농촌 마을을 선정해 다각도로 조명하고 개선 방향을 마련해 보는 '특명 고향 프로젝트', 마을 전설을 주민들이 직접 재현하는 '우리 마을 옛날 옛적에', 명사들이 자신의 고향을 소개하는 '나의 살던 고향' 등을 내보내고 있다.

26일 오후 5시20분부터 휴먼네트워크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부산, 춘천, 광주를 4원 생중계로 연결, 100분간 진행될 3,000회 특집은 '6시 내고향'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이날 방송에서는 사회복지행정연구회가 240개 시·군에서 가려 뽑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농어촌 3,000여 가구와 도시에 사는 후견인이 자매결연을 맺어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3,000 가구에 희망의 가스레인지를 설치해 주고 한의사들이 무료진료에 나선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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