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2년 현재 총인구의 7.2%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20%를 넘게 되었다며 고령화 사회의 사회적 부담을 걱정하는 보도가 있었다.공단이 발표한 지역보험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의 보험 적용 인구가 도시 지역은 5.7%이고 군 이하 농촌 지역은 12.6%이다. 따라서, 군 지역 진료비가 시 지역 진료비에 비하여 높아야 할 것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서울 지역 노인이 젊은이의 4배가량 진료비를 쓰는 데 반해 군 이하 농촌 지역은 그 비율이 2배 정도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을 기준으로 한 평균진료비가 장수벨트지역이 55%, 관악지사가 60% 남짓인데 비하여 강남, 송파, 서초 등 편리한 삶의 대명사인 지역은 130% 내외로 오히려 병원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 장수연구팀에 따르면 순창, 곡성, 담양, 구례, 봉화 및 제주도 등이 노인 인구 중 80세 이상 고령 노인의 비율이 높고, 100세가 넘는 초고령 노인이 많은 장수 지역이었다.
순창, 구례, 곡성 및 담양의 장수벨트지역에서 노인들의 생활과 습관을 조사한 결과 자연환경적인 요인보다 한가로운 생활태도, 생계와 사회적 책무를 지는 책임 있는 자세, 그리고 적당한 운동이 건강한 장수노인의 세 요소로 밝혀졌다.
국민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분명 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사회를 염려하는 것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과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생계비 중 직계자손의 부담률은 54%로 대만의 52%와 비슷하지만 일본의 6%, 미국의 0%에 비해서는 매우 높다.
요약하자면 첫째, 도시에서 사는 노인들은 수명은 늘어나지만 농촌에 사는 노인보다 훨씬 많은 경우 병상에서 지내고 있다. 둘째, 노인에 대한 부양 부담을 자손이 책임지고 있지만 핵가족화된 세대가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농촌에서 활동하며 사는 노인들은 의외로 건강하여 초고령이 되어도 생계를 직접 책임지는 건전한 고령사회의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과 원예업의 자본 대비 수익률이 쌀농사는 연간 29일의 노동으로 6%, 첨단 원예농은 연간 200일 내외의 노동으로 20%를 상회한다고 발표하였다. 농원예업은 젊은층이 기피하여 종사자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건강장수 요인을 고려할 때 노인에게는 더 없이 알맞은 일거리이다.
선진 복지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농촌을 문화·복지시설이 갖추어진 전원 생활 공간으로 가꾸고 도시에서 은퇴하는 노인을 적극 유치하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전업농가와 은퇴고령자가 참여하는 영농공동체를 구성하여 노인들로 하여금 가벼운 농원예업과 국토관리를 담당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게 하면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노인의 생활과 복지에 필요한 의료 및 서비스업과 첨단산업을 발전시켜 젊은층에게도 새 일자리를 마련해 나간다면 도시화에 따르는 사회비용도 절감하면서 국토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복합적인 정책이야말로 미래의 귀중한 자산이 될 전통과 문화가 살아 있는 농촌을 유지하고 복지사회의 한 축을 이루게 하는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이 정 재 서울대 생물자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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