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중국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한국경제가 머지않아 중국에 종속될 것이 뻔한데도 한국 정치권은 한국의 첫번째 과제인 대 중국전략에 대한 고민 없이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3월29일자)는 '한국의 중국 대처방법'이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한국 정치권이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이자 기회인 지금 한국경제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될지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탄핵 등 한국의 정치드라마는'위험한 자기탐닉'(Self-indulgence)이라는 비판도 곁들여졌다.
이 잡지는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은 경제나 정치외교의 미국중심에서 벗어나기 시작, 중국을 지역중심국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외교적인 파트너로 등장했으며, 경제적으로도 지난 해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이 대미 수출을 추월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잡지는 중국시장에 대한 한국 대기업의 전망이 밝다는 점은 일단 인정한다. 2008년까지 세계 전자회사 빅3를 목표로 세운 LG는 지난 해 전년대비 56%의 신장률을 보이며 70억 달러어치를 중국에서 판매했다. 삼성도 올해 전년대비 19% 상승한 80억 달러를 목표로 세워놓고 있으며, 올해 23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자동차도 2008년에는 90만대를 판매할 장기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잡지는 한국은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한국처럼 연줄을 중시하고, 유교 문화권인 중국은 축복"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중국이 한국을 기술적으로 추월하고,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한국은 기술분야에서 중국에 불과 1.7년만 앞서있으며, 특히 한국 주력 수출 상품인 휴대폰 생산능력과 기술에서도 중국에 2년만 앞서 있을 뿐이라는 것.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일본제품보다 싼 값의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는다는 방식을 고집해왔던 한국은 과거 노동 집약적인 신발과 섬유공장부터 중국으로 이전했다. 이제 한국은 철강, 조선, 정유 등 노동시장의 50%를 보유하고 있는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차례다. 그러나 한국고용시장 상황은 최악이다. 1992년 이후 한국은 4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지만 서비스업은 호텔과 음식점에 불과하며, 선진국형인 은행과 보험 교육 법률서비스 등은 거의 없다. 도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위원장은 "한국은 탈산업화와 중국과의 경쟁력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다음의 말로 커버스토리를 맺었다. "수 세기동안 중국은 한국의 왕이 임명되기 직전 허가를 했었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를 앞으로 누가 지배하겠는가. 이런데도 한국의 정치가들은 정책보다는 정치에 더 관심이 많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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