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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주일 미군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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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주일 미군 재편

입력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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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한국에서 미군 증원전력 이동과 한국군 지원절차를 익히는 연합전시증원(RSO& I)연습과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FE)연습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주일 미해군 사령부인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하는 항공모함 키티호크와 함재기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 연습의 일환인 미 해병대 상륙훈련 프리덤배너(Freedom Banner)는 오키나와(沖繩), 이와쿠니(岩國) 등의 주일 미 해병대원 수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처음으로 최북방인 평택에서 지난 8일부터 실시돼왔다.이 연습은 전 세계적인 미군 개편·재배치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주한, 주일미군 재편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진 작전지역인 한국의 주한미군에 전략거점인 일본의 주일미군을 주축으로 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군의 신속투입과 효율적인 지휘·통제체제 수립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재편의 방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주일미군 전략적 위상 강화

동북아 미군 전력의 '원 셋트'를 구성하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어느 한쪽이 줄면 다른 한쪽이 늘어야 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일 수밖에 없다.

4만여 명 규모인 주한미군이 주력 제2보병사단의 한강이남 배치와 점진적 병력감축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5만여 명 규모인 주일미군은 "재편이 있더라도 미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미국측에서 워싱턴주 포트루이스에 있는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주일 미 육군사령부가 있는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자마(座間)로 이전을 타진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아태 지역 전체의 유사(有事)사태와 분쟁에 대응하는 임무를 가진 제1군단 사령부가 일본으로 이전한다면 주일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를 해체·흡수하고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통합 지휘할 수도 있다.

일본 방위청 관계자들은 "아직 루머이거나 미국측 실무자들의 아이디어 수준"이라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일본측은 "'일본 영역의 공동방위, 극동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기지 제공'이라는 미일안보조약의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일단 신중한 자세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3개 대대가 이라크에 파견되는 등 이미 주일미군은 주둔방어를 벗어나 아태지역은 물론이고 중동까지 이동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사법제의 핵심으로 미군에 대한 자위대의 탄약을 포함한 물품제공을 확대하고 미군 진지 건설을 위한 토지·가옥 수용을 가능하게 하는 미군지원법안과 미일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SA) 개정안을 지난 9일 국회에 상정했다. 미군 활동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일본의 법제도 정비가 마무리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또 고든 잉글랜드 미 해군장관은 2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9월부터 동해에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상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체제에도 일본이 본격적으로 편입된다는 신호이다.

오키나와 기지 반환 재검토

지난 2월 도쿄(東京)에서 열렸던 미일 전략대화에서 다케우치 유키오(竹內行夫) 외무성 사무차관은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성 부장관에게 "주일미군 전체의 억지력 유지·강화와 오키나와 등 지자체의 부담이라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억지력은 환영이지만 기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일본의 고민을 밝힌 것이다.

1995년 오키나와에서 발생했던 미 해병대원의 소녀 성폭행 사건으로 주일미군 기지 대부분이 집중해 있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미일 양국 정부는 이듬해 오키나와 미군 시설의 30%가량인 11개를 5∼7년 이내에 일본 본토나 주민 피해가 적은 대체시설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미일특별행동위원회(SACO) 최종보고서에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 이전이 실현된 것은 2개 시설에 불과하고 이전 토지확보가 난항을 거듭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국측은 주일미군 재편을 내세워 이 합의사항마저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키나와 주민의 원성 표적이던 미 해병대 후텐마(普天間)비행장의 경우 미국측은 나고(名護)시 앞바다에 해상 대체비행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로의 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가데나 공군기지를 아예 괌으로 이전하고 후텐마 비행장의 해병대를 가데나로 옮기는 안도 검토됐으나 유사시 한국과 일본으로의 신속이동이 어렵다는 미 공군의 반대로 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오키나와를 시찰했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후텐마는 시가지에 가까워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서둘러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오키나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주둔 상황을 보고는 "4군의 기지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심에서 벗어나 테러표적이 되는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수련(睡蓮) 잎에서 잎으로 뛰어 옮기는 개구리처럼 전 세계 기지에서 전장으로 집결한 미군이 레고 블록처럼 합체해 통합 작전을 펼치는 데 긴요한 신속 이동에 유리한 지점을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주한미군 재편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새로운 미군전략에서 부대 위치가 한강 이남이냐, 이북이냐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오키나와는 미군의 영구 허브(HUB)기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염원하는 최종적인 미군 기지 반환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진다는 데 있다.

한국군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재편방향은 단순한 병력증감이나 기지이전수준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미군 전력의 기능과 운용이 변화한다는 차원에서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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