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밀리면 선거관리도 못한다.' 침묵을 하던 중앙선관위가 24일 이른바 '2중 공문' 논란에 대해 해명을 하고 나선 데는 이런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노무현 대통령측이나, 지지도가 추락한 야당이 탄핵사태의 모든 책임을 선관위로 돌리려 하고 있어 자칫 헌법기관으로의 권위상실은 물론 총선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이날 입장표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2중 플레이 의혹을 해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노 대통령측 변호인단의 의견서를 반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행간마다에는 노 대통령측에 대한 불만도 배어있다. 공문 내용이 불충분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선관위가 혼란을 부추겼다"고 몰아가는 것은 너무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선관위는 특히 "선관위가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결정을 내리고 공식 발표한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해 사실상 청와대측을 겨냥했다. "알만한 사람들이 너무한 게 아니냐"는 반박인 셈이다. 선관위는 또 청와대의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표명과,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 제9조 위반을 적용한 것은 존중하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열린우리당의 논평을 일일이 소개하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변호인단이 "선관위 결정은 야당의 압력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선 감정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 같은 의심은 헌법기관으로서의 선관위의 지위와 권위를 무시하고 모독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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