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상급 미녀배우 에스미 마키코(37·사진)가 정치권의 국민연금 개혁 공방에 휘말려 들었다.국민연금 미납 보험료 납부를 촉구하는 사회보험청의 TV 공익광고에 출연했던 에스미가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23일 밝혀지면서 사건이 커졌다. 사회보험청은 "보험료를 잘 내고 있다는 광고대행업체의 말을 그냥 믿어버렸다"고 해명했지만 연금 재정의 방만한 운용으로 비난을 받아온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며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심각한 얘기"라고 탄식했다. 사카구치 지카라(坂口力) 후생노동성 장관도 "사회보험청에선 여러 가지가 너무 많이 일어난다"면서 "매사에 긴장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기강확립을 요구했다.
보험료는 올리고 수령액은 줄이는 정부·여당의 연금관련 개정법안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이 이 호재를 놓칠 리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는 "사회보험청의 책임 규명을 위해 에스미를 국회에 불러 사실관계를 들어야 한다"고 참고인 소환을 요구했다.
에스미는 광고에서 "장래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냐"고 말했는데 이 대사가 연금 부실화를 지적해온 간 대표를 겨냥하는 듯한 인상을 준 데 대한 불쾌감도 작용한 것 같다.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로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데 대한 불만과 연금재정 파탄 가능성에 대한 불안 등으로 20세 이상 학생, 주부, 자유직, 자영업자 등이 가입하는 일본의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률은 37%를 넘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책임을 따지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인 자민당은 야당이 국민불안을 부채질한다고 맞서고 있어 정치적으로 첨예한 쟁점이 돼 있다.
에스미는 부랴부랴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현행 법상 허용되는 과거 2년 분밖에 납부하지 못했다. 그러자 또 미납자의 소급납부 기간을 2년 이상으로 연장해 구제해줄 것이냐는 쟁점이 부각됐다.
연금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구제를 허용해 가입자를 늘려야 하지만 성실히 납부해온 가입자들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에스미를 두둔이라도 하듯 "법률적 조치가 필요하다면 재검토해야만 한다"고 소급기간 확대를 시사했다.
배구선수 출신으로 건강미를 자랑하는 에스미는 2002년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의 자전소설을 영화화한 '이노치(命)'에서 주연인 유미리 역을 연기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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