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총선 구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내분을 거듭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강 대결 구도가 급속히 고착화하는 양상이다.박 대표는 집무 첫날인 24일 "헌법재판소 판결을 차분히 기다려 그 결과를 수용하고 승복해야 한다"고 천명, 당내의 탄핵철회 논란을 사실상 잠재웠다. '헌재 재판 결과 승복'이라는 기존 당론을 고수하되, 전면적인 당 쇄신과 민생 개혁으로 탄핵 역풍을 정면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탄핵철회론자인 김문수 의원과 당내 소장파는 이 문제로 당이 분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듯, "탄핵 철회에 대한 당내 심판은 전당대회에서 내려진 것 아니냐"며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탄핵 문제를 계속 떠드는 것은 새 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불법 대선자금 등 정치권 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죄 차원에서 명동성당을 방문, 고해성사를 한 뒤 조계사에서 108배를 하고 영락교회에서는 회개의 예배를 드렸다.
박 대표는 이르면 25일께 선대위와 비례대표 공천심사위를 발족,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선대위원장에는 박 대표 외에 대표 경선에 나섰던 김문수 박진 의원과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의원,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 교수는 "야당이 너무 어렵다. 제의를 받고 고민 중이다"고 말해,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당초 거론된 소설가 이문열씨는 "제의가 와도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박 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대구·경북 지지층이 결속하고, 전당대회 효과와 여당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맞물려 당 지지도가 반등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탄핵안 가결로 한나라당을 떠난 기존 지지층이 박 대표에 대한 기대와 반노(反盧) 정서 등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