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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담장허물고 주택내부 주차장으로 활용 주차難 줄고 이웃情 늘고 그린파킹 사업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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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담장허물고 주택내부 주차장으로 활용 주차難 줄고 이웃情 늘고 그린파킹 사업 "일석이조"

입력
200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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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차 댈 자리 빼앗길까 봐 저녁마다 귀가를 서두를 정도였다니까요. 지금이요?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내 자리가 있으니 이웃과 다툴 일도 없고 아주 좋습니다." 서울 구로구 고척2동에 사는 서상우(64)씨의 집엔 담장이 없다. 담장이 없으니 당연히 대문도 없다. 총 5가구가 살고 있는 전형적인 다세대 주택인 서씨의 집은 매화나무, 진달래, 주목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10여 평 정도의 정원이 담장을 대신하고, 마당은 서씨와 세입자들의 자동차 3대를 댈 수 있는 작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아침이면 담장 밖에 세워둔 차 빼달라는 전화에 통 잠을 잘 수가 없었죠. 골목길이 좁아 일렬주차를 할 수밖에 없으니 맨 앞의 차가 나가려면 제일 뒤에 있던 차 주인부터 줄줄이 불려나와야 했거든요." 사정이 이러니 이웃간에 다툼이 끊일 수가 없었다.

골목길 환해지고, 주차걱정도 없고

서울시의 '그린파킹(Green Parking) 2006' 사업에서 고척2동이 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동네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그린파킹'은 서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담장을 허물고 주택 내부를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가 공사비와 조경비 일체를 지원해주는 사업. 25개 자치구 전체에서 1개 동씩 시범동을 선정해 시행 중이다.

구로구에선 서씨의 집을 비롯해 총 네집이 시범주택으로 나서 지난해 12월 담장을 허물었고, 현재 141개 주택 중 92%에 달하는 130세대가 사업에 동의해 이달말 공사에 들어간다.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숫자. 모두 몇 대분의 주차장을 만들지 주민들이 직접 초안을 잡아 제출하면 전문 설계사가 이를 설계에 반영해주고, 비용은 서울시에서 전액 지원해준다. 최근 신청서를 제출한 이완희(72) 할아버지는 "동네 대부분의 집에 담장이 사라지고 정원이 생기면 동네가 얼마나 환해지겠냐"며 "요즘은 세입자들도 다 차가 있어서 주차공간이 없으면 세도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도둑걱정 줄고, 주민화합 덤으로

이 달말 총 236개 주택 중 35세대가 담장 허물기에 들어가는 금천구도 주민참여 행정의 본보기로 꼽힌다. 시작부터 논의, 설득, 결정에 이르기까지 주민들과 자문위원들로 구성된 '주민추진위원회'에서 주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주민들은 수많은 논의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이웃사촌으로 어우러졌다. 처음에는 주저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취지는 좋지만 괜히 담장을 허물었다가 도둑이라도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집들처럼 예쁘게 꾸며진 시범주택과 환해진 골목길을 보고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꿨다.

시는 올 상반기에 1차 시범사업을 끝내고, 2006년까지 전체 주택가의 50%, 2012년까지는 모든 주택가를 담장 없는 '녹색마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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