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4집 "Sunsick" 낸 롤러코스터/"나른한 봄엔 어쿠스틱이 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4집 "Sunsick" 낸 롤러코스터/"나른한 봄엔 어쿠스틱이 딱"

입력
2004.03.25 00:00
0 0

지난해 9월 어느 금요일 오후 서울 하늘에 선명하게 무지개가 떴다. 어른이 된 후 처음, 오랜만에 본 무지개의 느낌이 좋아 조원선은 노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롤러코스터 멤버들은 작업실에 모여 잼 공연을 하듯 기타로 이 멜로디 저 멜로디를 붙여보며 곡을 만들었다. "이게 좋을까? 아니면 다르게?" 셀 수 없이 여러 번 다르게 편곡해 보고 또 다른 악기를 사용하며 곡을 만드는 동안 계절은 두 번이나 바뀌었고 봄바람이 숨막히게 불어 오는 지금에야 새 노래 '무지개'가 실린 4집 'Sunsick'을 사람들 앞에 내 놓았다.첫 느낌은 자연의 냄새. '무지개' '불어오라 바람아' 등 수록곡과 "자연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로 멤버들이 만든 신조어 'Sunsick', 음반에서 느껴지는 라틴음악의 그림자와 타악기 소리까지 어울린 결과다. 지금은 유행음악처럼 되어 버린 애시드 재즈와 일렉트로니카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최초의 그룹이 롤러코스터임을 생각해 볼 때 주목할 만한 변화다.

"처음에는 아주 소수의 사람이라도 우리 음악을 듣고 우리와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 2집을 거쳐 'Last Scene'이 실린 3집이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자 롤러코스터의 고민은 도리어 커졌다. "우리도 좀 변해야 하나?" 멤버들은 1, 2집을 다시 들어 봤다. 쉬어가는 느낌처럼 넣었던 어쿠스틱 곡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 어쿠스틱으로 가자." 그렇게 결정했다.

자연을 노래한다 해도 롤러코스터의 음악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도시가 느껴진다. 세상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관조하는 듯한 쿨한 가사는 반복되는 멜로디의 중독성과 무심한 듯한 조원선의 목소리와 만나 도회적이고 세련된 맛을 물씬 풍긴다. 듣는 이의 가슴을 어느 순간 때리고 지나가며 기승전결도 없이 나른하게 반복된다. 이들의 음악은 한가하고 만사 귀찮은 오후, 도시의 어느 까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처럼 여유로우면서 쓸쓸하다. '비행기'(悲幸記) 슬프고 또 기쁜 이야기. 4집에 실려 있는 노래 '비행기'는 이들 음악의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해 준다.

"만약 4집이 100만장쯤 팔리고 너무 인기가 올라가 매일 TV 출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면 어떻겠어요?" 어리석은 질문을 던져 봤더니 롤러코스터의 멤버들은 "싫어요"라고 대꾸한다. 예상 답변이었다. "지금 정도면 좋겠어요. 너무 유명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한강 고수부지에 가서 마음껏 앉아 있을 수도 여름이면 멤버들이랑 수영장도 갈 수 있는 자유가 좋아요." 1996년 '엉뚱한 상상'을 발표하고 소위 주류 음악계에서 활동하던 중 99년 롤러코스터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비주류 취향의 음악"으로 방향을 바꾼 지누의 답변이었다.

롤러코스터의 미래에 대해 물었더니 멤버들은 의외로 시원한 답변을 해 주었다. "들국화, 어떤날, 빛과 소금 같은 그룹이 지금도 계속 음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도 나중에 노래 만들고 싶은 게 다 떨어졌을 때, 힘들고 그만두고 싶겠지만 그걸 극복해야죠." 빠듯하고 숨 막히는 도시의 일상. 롤러코스터가 가끔씩이나마 새로운 노래를 선물한다면 조금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