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인 동시에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고 해석했다.23일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외교'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탄핵 사태는 낙관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을 입증한 것이지만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탄핵 사태가 났다는 점에서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 세미나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주최하고 주미 한국 대사관이 후원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또 "탄핵 발의가 법적 사유가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서 진행된 것은 아직도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탄핵안 통과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한국 민주주의 생존 능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국민의 강력한 반대를 초래함으로써 4·15 총선은 새로운 인물들이 정치권에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의 야당은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산이었음이 밝혀졌다"며 "한국의 권력은 기득권층에서 시민그룹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주미 대사는 세미나 개막연설에서 "중단기적으로 탄핵 정국이 외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진보적인 지도력은 역설적으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등 대중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한 정책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선택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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