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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서바이버" 인기비결 탐구 /지식이 필요없는 퀴즈… 누구나 맞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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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서바이버" 인기비결 탐구 /지식이 필요없는 퀴즈… 누구나 맞힌다

입력
200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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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2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메인 코너인 '브레인 서바이버'의 28일 방송분 녹화가 한창인 MBC D스튜디오, 정답이 발표되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니, 몰라서 틀린 게 아니에요. 정말 기계가 고장 났어요. 마지막 숫자를 누르는 사이 기계가 꺼져버렸어요." 터줏대감 조형기가 더없이 억울해 하는 '뽀미언니' 왕영은의 약을 올린다. "어차피 모르니까 일부러 끈 건 아니고?" MC인 김용만이 분위기를 다잡으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뒷줄에서 플라스틱 링 귀고리를 하고 머리에 물방울 무늬 스카프를 두른 탤런트 원영의 차림새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아, 완전히 김애경 스타일이네? 이거." '코털' 김흥국이 일목요연하게 사태를 정리하자 16명의 출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뒤집어 진다. 코미디언 이윤석이 그 틈을 타 옆에 앉은 국민 대표인 아시아나 항공 스튜디어스 김예지(30)씨와 몇 마디 말을 건네자 동료 개그맨 지상렬이 "야 또 작업 들어가는 거야?"라며 막고 나선다.

# 그런가 하면 김용만은 '당신 말이 너무 많다'며 낙엽줄에 앉은 대선배들에게 지청구를 듣는다. 녹화를 구경하던 스태프와 방청객들은 '떡 먹은 용만이'를 찾고 타잔으로 변신한 용만이가 몇 초간 소리를 지르는지 맞히느라 정신이 없다. 돈을 주고 동원한 방청객의 '인공 웃음'과 '효과 박수' 없이도 '브레인 서바이버'의 녹화장은 충분이 즐겁다. 오락프로그램의 대명사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명성을 다시 한 번 만방에 떨치고 있는 '브레인 서바이버'의 인기를 해부한다.

브레인 서바이버의 국적은 일본?

2002년 7월 태어난 '브레인 서바이버'는 일본 TBS가 특집으로 1회 내보냈던 동명 프로그램과 형식과 구성이 똑같다. 그렇다고 일본 프로그램을 노골적으로 베끼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는 수 많은 프로그램들의 전철을 밟은 건 아니다. 정식 계약을 맺고 사왔다. 그러나 한국 버전 '브레인 서바이버'는 일본판과 엄연히 다르다. 일본의 '브레인 서바이버'는 진지한 분위기에서 머리 좋아 보이는 젊고 생생한 연예인들이 출연, 까다로운 문제를 맞히는 순수 퀴즈 프로였다. 덕분에 인기를 끌지 못하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수명을 다했다.

'브레인 서바이버'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였을 때도 낯선 형식으로 인해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퀴즈 우승자가 받는 상금을 모교에 기부하고 중견 연예인들을 참여 시키는 등 일본산 '브레인 서바이버'를 100%로 '한국화'하면서 인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문제를 맞히기 위한 경쟁보다는 출연자간의 정담(情談)에 무게를 두고 나이 든 연기자들의 '커닝'도 애교로 봐주는 등 인간미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꾸민 것이다.

누구나 맞힐 수 있다―참여퀴즈의 시대를 선언합니다.

'다음 중 떡 먹은 용만이는?' '이번엔 떡 안 먹은 용만이를 찾아주세요.' '지식이 필요 없는 퀴즈'를 표방하는 '브레인 서바이버'는 그렇게 대여섯 살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연령, 계층, 성별을 뛰어넘어 누구나 맞힐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된다. 일반 퀴즈 프로그램이 일정 수준의 상식이 없는 사람들은 접근을 '원천봉쇄' 당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또 '브레인 서바이버'의 문제는 일상 생활 속에서 발견 된 것들이 많다. '용만이 방귀뀌기' 같은 문제는 '브레인 서바이버'의 작가인 김성원씨가 자신의 여섯 살짜리 아들이 방귀를 뀌면서도 이를 숨기는 데서 착안 한 것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브레인 서바이버'를 보며 '매주 온 가족이 집에 모여 문제 맞히기 내기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와있다. 또 '용만이가 김밥을 쌉니다. 김 위에 밥을 얹고 갖가지 재료를 올려 놓습니다. 이중에 들어가지 않는 재료는 무엇일까요?' 같이 시청자가 고안한 문제도 수시로 올라온다. '참여퀴즈'에 대한 시청자의 긍정적 반응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21일 방송부터 출연을 희망하는 일반인들을 선별 '국민 대표'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했다. 28일 방송분에서는 2대 국민대표인 스튜어디스 김예지씨가 탤런트 문근영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워 주위를 놀라게 했다.

낙엽줄과 용만이 없으면 무슨 재미

김흥국, 서수남, 조형기, 김애경, 엄앵란…. '브레인 서바이버'를 통해 다시 한 번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명단이다. 10·20대 연예인들이 독점한, 다른 TV 오락 프로그램들과 달리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거나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중견 탤런트·가수 등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브레인 서바이버'의 결정적인 즐거움이다. '낙엽줄'은 세대간의 문화적 차이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낙엽줄'이 탄생하기까지에는 탤런트 조형기의 공이 컸다. 문제를 연이어 틀린 뒤 "우린 컴퓨터세대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으로 매장 시켜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제작진은 '(경로)우대석'을 만들었다. 그 뒤 '오동잎'의 가수 최헌이 '낙엽줄'이라는 별칭을 붙이고 가수 노사연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라는 유주용의 히트곡 '부모'의 한 소절을 불러 그 의미를 부여하면서 공식명칭으로 자리잡았다.

'브레인 서바이버'에서 '낙엽줄'이 순발력 떨어지고 '한물 간' 나이 많은 연예인들의 집합으로 전락하지 않았던 건 사회를 맡은 김용만의 인간적 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른 사람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비하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내는 그의 재주는 '브레인 서바이버'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낙엽줄의 한마디

탤런트 양택조

"좀 실력으로 푸는 문제가 나왔으면 좋겠다. '브레인 서바이버'는 순발력도 순발력이지만 눈이 좋아야 잘 풀 수 있다. 그러니 젊은 애들한테 백번 유리하지. 어쨌든 매번 꼴찌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저능아'인 줄 알 뻔했는데 1등하고 졸업해서 천만 다행이다."

가수 김흥국

"(웃음) 아, 이거 말고는 나갈 데도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집사람이나 아이들 그리고 모교에 미안한 마음이에요. 그래도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에 '김흥국도 저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구나'라며 다른 분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해요."

탤런트 조형기

"여기 나와서 문제 틀리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낙엽줄의 특성상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것만 극복하면 젊은 친구들과 겨뤄도 자신 있다니까요. 가족들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같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게 '브레인 서바이버'의 인기 비결이죠."

탤런트 김애경

"방실이 옆에서 수다 떨다가 '찍기 기술'로 얼떨결에 우승해 모교인 중앙여고 연극반에 좋은 일 좀 했지요. 그 뒤에도 녹화해놓은 걸 밤마다 틀어놓고 대 여섯번 씩 봤는데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리대요. 말장난이 난무하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과 달리 '브레인 서바이버'는 두뇌활동 촉진에 지대한 공헌하고 있는 셈이죠."

● "브레인/노브레인" 동시집필 김성원 작가

'브레인 서바이버'와 '노 브레인 서바이버'는 한 작가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2003년 MBC 방송연예대상 작가상을 수상한 김성원(37)씨는 '코미디하우스'(토요일 오후 7시) '노 브레인 서바이버'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요일 오후 6시)의 핵심 코너인 '브레인 서바이버'를 동시에 집필하고 있다. '브레인 서바이버'는 순간 시청률 45%를 기록하며 '국민 오락 프로그램' 반열에 올랐고, 이를 패러디한 '코미디하우스'의 '노 브레인 서바이버'도 무명이었던 코미디언 정준하를 '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라는 대사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으며 인기몰이 중.

시청률로 단순 환산하면 "토, 일요일 합쳐서 1,000만 명을 웃긴다"는 그의 탄탄한 공력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TV 정말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는 코미디언 배삼룡씨의 비실이춤을 따라 하며 놀았고 중고교 시절엔 '청춘행진곡'의 서세원씨를 흉내냈죠."

타고난 'TV 키드'였던 그는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나산 백화점에 입사했다. "실은 그것도 다 TV 때문이었어요. 차인표씨 나오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드라마의 배경이 백화점이었는데 거기서 하는 일이 참 멋있게 보였죠." 그러나 '수리 개념이 보통 떨어지는 게 아닌' 그에게 백화점 총무과는 '지옥'이었다. "그만 둬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마침 MBC에서 코미디 작가 뽑는다는 공고를 하더군요. 60분짜리 코미디 대본을 낮에 일하는 척 하면서 틈틈이 써서 응모했죠. 그때가 1995년이었어요."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꿰찬 코미디 작가 자리지만 남은 건 영광이 아니라 상처뿐이었다. "처음에 같이 들어왔던 동기들 중에 그만둔 사람 많아요. 노력에 비해 수입도 적고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죠. 게다가 코미디가 어느덧 사양 업종으로 분류되기 시작했으니까요." 4∼5년 간 집에 돈 한푼 벌어다 주지 못하는 혹독한 세월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동안 코미디·오락 프로그램 구성작가의 길을 걸었다. '오늘은 좋은 날' '테마게임' '전파견문록' '코미디닷컴'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코미디는 '공감'이에요. '브레인 서바이버'에 아버지 시대의 스타와 아들 시대의 스타가 나와 자잘한 신변 이야기도 하고 때론 너무 쉬운 문제를 틀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노 브레인 서바이버'는 바보 같은 질문에 바보 같이 답하는 코미디언에게서 인생의 부조리함, 코믹함을 발견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구요." 그는 "매주 두 살 된 아기부터 80세 할아버지까지 풀 수 있는 새로운 문제를 내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엄살(?)을 피우면서도 '브레인 서바이버'와 '노브레인 서바이버'가 자신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게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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