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유권자 및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에 의한 단일화'가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같은 뿌리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중 호남 표가 우리당을 선택했다"는 얘기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호남 현지에서조차 민주당 후보들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고 열린우리당이 초강세를 보이는 게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한다. "지역구도가 깨지는 게 아니라 호남의 주인이 민주당에서 우리당으로 바뀔 뿐"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전남북 등을 대상으로 한 KBS의 2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유력 중진인 김상현 이협 박상천 의원이 모두 위험한 것으로 나왔다.
당선 가능성이 확실한 곳으로 꼽혔던 이낙연 의원조차도 우리당에 밀렸다. "지금 이 상태로는 (호남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다. 당의 전면쇄신이 필요하다"는 김효석 의원의 말은 이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앞서 본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사의 수도권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기껏해야 3위였다.
호남 표의 급격한 이반이 탄핵에 대한 비판여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상당수 호남권 의원들이 탄핵을 밀어붙인 조순형 대표를 등지고 추미애 의원을 지지키로 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결과다.
호남의 맹주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할 만한 지역출신 리더가 없다는 점도 민주당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정권에서 5년간 권력을 맛보았는데 호남이 다시 야도(野都)로 전락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건 여권의 시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는 호남 사람들이 노 대통령에 대한 애프터서비스까지 책임지기 위해 전략적 투표를 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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