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LG아트센터.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원작으로 각색한 양정웅 연출의 '환'이 무대에 올랐다. 환상적인 무대 연출과 화려한 의상 못지않게 덩컨 왕이 눈에 띄었다. 여장 남자로 사촌형 맥베스를 사랑하다 그의 손에 죽는다. 목욕통에서 함께 물장난을 치는 장면이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7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 화제작 '남자충동'(조광화 작·연출)은 여장 남자 단단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여성스런 말투와 화장, 몸매에 관객과 극중 인물이 모두 속는다. 단단은 주인공 이장정의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을 비웃는 중요한 역이다.
1,700회 공연을 넘기며 30만 관객을 동원 중인 코미디 연극 '라이어'(레이 쿠니 작·이현규 연출)의 웃음 코드는 동성애와 여장 남자다. 두 집 살림을 하는 택시기사의 작은 거짓말이 일파만파를 부른다는 내용으로, 두 남자 주인공이 동성애자로 몰린다는 에피소드가 웃음의 뇌관 노릇을 한다.
최근 화제작 가운데 여장 남자와 동성애를 내세운 작품이 많다. 어둡고 음침한 그늘 밑에서 숨쉬던 다양한 성적 취향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연극도 그 사회적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공연 예술계의 심장부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에도 게이 코드가 눈에 띈다. '애브뉴 Q' (avenue Q)는 '세사미 스트릿' 의 성인버전격인 뮤지컬로 인형들이 '커밍 아웃'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가을 막을 연 뮤지컬 '더 보이 프롬 오즈' (The Boy from OZ)와 '터부' (Taboo)는 게이 팝스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더 보이 프럼 오즈'는 피터 앨렌의 이야기이고, '터부'는 보이 조지의 이야기를 극화했다. 지난 해 오프브로드드웨이 최고 히트작인 '자나 돈트' (Zanna Don't)도 역시 게이 이야기. 브로드웨이 콘설턴트 최용석씨는 "영화와 텔레비전의 영향으로 게이 이야기가 일상의 일부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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