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96년 국가안전기획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한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 이후 96년 한해 동안 안기부 계좌에서 2,000억원 상당의 뭉칫돈이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100여 차례에 걸쳐 출금된 사실이 드러나 자금 출처와 사용처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24일 본보가 입수한 93∼96년 안기부 계좌 입출금 내역에 따르면 안기부는 96년 9월20일 유령 회사인 국제홍보문화사 명의로 국민은행에서 1억원 짜리 CD 204매, 세기문화사 명의로 외환은행에서 1억원짜리 CD 50매 등 같은 해 1∼12월 총 2,000억원의 CD를 발행했다. 이들 CD는 현금화가 쉽도록 모두 2개월 만기로 발행됐으며, 그 해 각각 2,000억원, 4,000억원에 달하는 안기부 일반행정 예산 및 예비비와는 별도로 집행됐다.
안풍 사건 피고인인 강삼재(姜三載) 의원의 한 변호인은 "수년간 한번도 발행한 적이 없는 CD를 빈번하게 발행한 것은 외부자금의 세탁 증거"라며 "정권의 비자금이나 통치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에 따르면 당시 안기부 일반예산의 경우 재정경제원이 월 1∼2회 지출 한도액을 통지하면 안기부가 당일 전액을 한국은행에서 수령했으며, 예비비는 1월말과 4·7·10월초 분기별 예산을 재경원에서 국고 수표로 받아 이자율이 높은 투신사에 입금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오래 된 일이라 모르겠다.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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