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에 표적 살해된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의 후계자로 강경파인 압델 아지즈 란티시(56)가 23일 선출됐다.하마스는 이날 비공개 회의를 열어 란티시를 가자지구의 지도자로 추대했으며 시리아에 머물고 있는 해외조직 총수 칼레드 메샬 정치국 국장을 유임시켰다.
란티시는 지도자로 추대된 직후 가자시티에서 대중집회를 갖고 "팔레스타인 해방의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끝까지 이스라엘인들을 추적해 공격하겠다"고 복수를 다짐했다.
그는 야신의 노선 계승을 천명한 뒤 무장조직인 에제딘 알 카삼여단에 "어떤 수단을 쓰든 대가를 가르쳐 주라"고 보복 공격을 지시했다. 메샬 정치국 국장도 이날 "야신 피살에 대한 보복으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암살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보복 테러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날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는 자살테러용 폭탄 벨트를 차고 검문소를 통과하려던 팔레스타인 청소년 한 명이 이스라엘군에 체포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란티시와 메샬은 야신보다 영향력이 떨어지고 모두 강경파여서 하마스의 지도체제가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랍권에선 쌍두마차식 과도체제는 내부 통합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란티시는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가자지구만 관할할 뿐 메샬이 통합지도자"라고 말했으나 이스라엘의 일간 하레츠지는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장악한 란티시가 권력을 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이스라엘 비난도 계속됐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3일 직접 항의 집회에 참석, "최악의 테러범인 샤론 이스라엘 총리를 전범으로 국제 법정에 세우자"며 UN의 이스라엘 제재를 촉구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23일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스라엘의 야신 암살 해명을 요구했다.
23일 미군 점령 하의 이라크 독립 지원 등 대미 항전을 촉구한 야신의 마지막 편지가 공개되면서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란티시는 24일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에서만 활동하며 이스라엘에만 저항할 뿐"이라며 한 발 뺐다. 하마스 대변인도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점령된 지역에서만 주로 활동하며 국제적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미국 대사관은 이날 테러 위협을 받아 잠정 폐쇄됐으며 아랍권의 다른 미국 대사관도 현지 미국인들에게 외출 자제 등을 당부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인정하지만 자신들의 행동이 가지고 올 결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 란티시는 누구
하마스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압델 아지즈 란티시는 온화한 지식인과 냉혹한 테러리스트의 양면을 갖고 있다.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하마스의 오랜 대변인인 그는 주로 하마스의 교육 복지 문화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홈페이지에 사랑의 시를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까지 찬성한 이스라엘과의 일시 휴전을 끝까지 거부한 대표적 강경파로, 크고 작은 자폭 테러의 배후로도 지목된다.
그는 1947년 텔 아비브의 남부 예브나에서 태어났으나 생후 6개월만에 이스라엘이 고향을 점령, 당시 이집트 영토였던 가자지구에서 자랐다.
가자지구 성장, 이집트 유학, 무슬림형제단 가입 등 야신과 엇비슷한 행보를 밟았다. 그는 87년 야신과 하마스를 조직한 뒤 92년부터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지도자급 인물로 발돋움했다.
철저한 비타협 강경 투쟁 노선으로 이스라엘 감옥에서 7년간 옥고를 치렀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도 갈등 관계에 있다.
다양한 분파로 이뤄진 하마스의 구심점이 되기엔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으나 야신 암살 이전에 후계자로 내정돼 있었고 가자지구의 민중 및 무장단체와 밀착해 있어 예상보다 쉽게 하마스를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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