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사진) 박사는 24일 "중국은 분명히 경기 과열을 우려하고 있으며 조만간 경기 연착륙을 겨냥해 성장률을 둔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현지 관리들을 통해 확인했다"며 "이 경우 대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로치 박사는 이날 국내 기관투자자와 언론을 상대로 서울 시내 조선호텔에서 가진 설명회에서 "한국 방문에 앞서 중국에 들러 많은 중국 관리와 의견을 나눴다"고 밝힌 뒤 "중국 경제가 (경기 조절에 따라) 조만간 하강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치 박사는 실질적으로 지난해 11∼13% 성장한 중국 경제가 정부의 속도 조절로 올해 7% 성장에 머물 경우, 지난해 수출 증가분 중 3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성장률은 최대 1% 포인트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치 박사는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회복세 역시 조만간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995∼2002년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누적 성장분의 96%가 미국에 의한 것"이라며 "이 같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치 박사는 특히 "미국이 지난해 하반기에 5% 이상 성장하며 20년 만에 가장 강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재정과 무역의 쌍둥이 적자, 미국 가계의 높은 부채 비중과 낮은 저축률, 부동산 등 자산의 거품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로치 박사는 한국 경제의 활로에 대해 "급격한 내수 진작을 기대할 수 없고, 미국 중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상황도 나빠져 어려운 여건"이라며 "최선의 방법은 남미나 동아시아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전문가이자 대표적인 회의론자로 꼽히는 로치 박사는 최근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 경제 성장의 한계를 줄곧 주장해왔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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