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내수 진작,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승용차, 에어컨, 프로젝션TV 등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20∼30%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1월에 특소세의 원칙적 폐지 방침을 밝힌 뒤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는 데다 내수 침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비심리를 촉발시킬 계기가 필요했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세율 인하의 소비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가 업계의 요구에 떠밀려 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 특소세 인하를 전격 결정,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언제부터, 얼마나 내리나
24일부터 연말까지 특소세에 탄력세율이 적용돼 자동차 특소세율은 20%가 인하되고 에어컨 등 그 밖의 제품은 30% 내려간다. 1,500cc 아반떼의 가격은 16만원 떨어지고 3,000cc 그랜저는 2,643만원에서 61만원이 내린다. 에어컨은 세율이 16%에서 11.2%로 내려가 15평형짜리가 203만원에서 11만원 인하되며, 프로젝션TV는 세율이 8%에서 5.6%로 떨어져 40인치짜리가 190만원에서 5만원이 싸진다.
세율 인하는 24일 출고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23일 주문한 제품도 24일 이후에 인도 받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주에 승용차를 산 경우도 세금을 다 낸 것이 억울하다면 차를 반품하고 다시 인도 받는 방법이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분은 반출되면서 이미 과세된 것이므로 다음달 10일까지 세무서에 신고를 해서 인하분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다만, 유류나 골프장(1만2,000원), 카지노(5만원), 룸살롱 등 유흥주점(요금의 10%)에 대한 특소세는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내수 시장 부양 효과는
총선용 선심정책이라는 비판을 각오하고 내놓은 이번 조치는 내수시장 부양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1월 특소세 폐지 방침 발표에 따라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를 기대하며 소비를 미루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최근 탄핵 사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겹쳐 경제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가 지난해보다 30%씩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아우성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특소세 인하로 매달 300억원씩 연간 총 2,4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겠지만 승용차 판매의 경우 2.4%(5,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특소세 인하가 경기회복 기대를 높여 해당품목뿐 아니라 전체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차 업계 역시 이번 조치로 약 2만대 가량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특소세 인하 조치가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도 "작년 7월 특소세율을 인하한 뒤 8∼9월에는 판매량이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더니 10월에는 도로 꺾이는 등 특소세 인하 효과가 크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해당 품목들을 살까말까 망설이던 소비층에는 반짝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가계 소득 자체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소비 진작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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