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66·사진)의 죽음을 보는 국제사회의 심정은 매우 복잡하다. 자살폭탄 테러를 배후 조종하는 등 중동 평화협상의 방해자였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가 있을 수 없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표적 살해라는 극약처방이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사실 그는 여느 테러조직 지도자들과는 다른 면이 많다. 그는 표면적으로 무장조직 하마스를 이끈 총책이었지만, 하마스가 활동하고 있는 가자지구를 통치한 정치지도자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암살 직후 팔레스타인인들이 보여준 극단적인 충격과 분노는 이런 미래의 국가 지도자를 잃었다는 슬픔에서 나오고 있다.
그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하마스의 투쟁노선에 있다. 이슬람 지하드,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과 함께 팔레스타인 3대 무장세력의 하나인 하마스는 철저하게 민중과 호흡을 함께하는 노선을 추구했다. 학교 병원 사원 등을 지어주고 빈민구제 사업을 벌이는 등 정부 역할까지 해왔다. 하마스에 자살테러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 것은 장례식을 성대히 치르고 유가족에 막대한 재정적 보상을 해주는 탓도 있지만, 지도부와 팔레스타인 주민들 간에 형성된 이런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이스라엘과의 투쟁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온건론을 배격하고 철저한 무장투쟁을 고집했다. 이 같은 선명한 대외 투쟁노선과 대민지원이 그를 팔레스타인인의 우상으로 만들었다.
2년 전 2차 인티파다(봉기) 와중에서 야신이 자치정부 당국으로부터 가택연금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가 실시된 적이 있다. 그 결과 아라파트가 이끄는 파타운동에 비해 하마스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여성들의 지지도는 절대적이었다. 가자지구에서의 아라파트의 영향력이 요르단강 서안만큼 못한 것은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에서 군을 철수하면 하마스의 장악력이 커지고 자치정부를 대신하는 정치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것을 우려해 암살을 감행했다고 보고 있다. 야신을 제거하면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하마스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마스의 힘, 야신의 힘은 조직 내에 있지 않다. 앞으로 유혈사태가 더욱 극렬해진다면 이는 팔레스타인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이스라엘 당국의 어리석음에 책임이 크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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