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제투명성·부패지수(CPI) 조사에서 한국은 102개국 중 40위였는데, 2003년에는 133개국 중 50위로 밀려났습니다. 국가 경제력이나 위상에 비해 청렴성은 크게 뒤떨어지고 있죠."페터 아이겐(66) 국제투명성기구 회장이 자신의 저서 '부패에 반대한다'(문학과지성사 발행)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방한,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책은 아이겐 회장이 1993년 국제투명성기구를 설립하고 세계 반부패시민운동을 주도해온 과정과 업적 등 다양한 활동상을 담고 있다.
2003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반부패 국제회의'에 참석한 후 1년 만에 한국에 다시 온 그는 "한국에서 점차 시민사회와 언론의 감시기능이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부패척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요 수출국이 수입국의 고위 공직자에게 뇌물을 주려는 정도인 뇌물공여지수(BPI)도 러시아, 중국, 대만에 이어 높다"고 지적했다.
"부패는 가난, 절망, 폭력, 테러를 낳는 요인"이라고 강조한 그는 "지난해 12월 체결된 유엔 반부패협약에 대해 한국이 하루빨리 비준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총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부패지수는 외국기업의 투자여부 결정에 영향을 주므로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으로 프랑크푸르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5년간 근무하던 세계은행에서 조기 퇴직하고 '반부패의 전사'로 나섰다. 세계은행 근무 당시 저개발국가에 지원하는 고액의 자금이 정치가와 공직자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로마가 불타고 있는데 세계은행은 한가로이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것'이라는 아내의 한탄에 충격을 받았다.
아이겐 회장은 이날 부패방지위원회 직원들에게 '국제반부패운동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연했고,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을 예방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현재 세계 90여개 국에 국가별 본부를 두고 있으며, 국내에선 2000년 사단법인 반부패국민연대가 한국본부로 인준받아 활동하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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