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박근혜 의원을 대표로 선택했다. 부패 수구정당으로부터의 환골탈태와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거센 역풍을 헤치고 총선에서 당을 살려야 할 과제가 그 앞에 놓여 있다. 야당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 여성대표가 나왔다는 의미를 새길 여가도 없다. 오히려 그 자체는 한나라당의 절박한 처지를 상징한다. 새 체제가 불과 20여일 남짓한 기간에 국민을 향해 어느 정도의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당 사상 최악의 상황에서 선거에 나서는 박 대표의 한나라당이 제17대 국회에서 야당의 입지를 어떻게 구축하는가는 한 정당의 지지 문제와는 다른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박 대표의 한나라당은 우선 탄핵추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쳐야 한다. 또 차기 정치의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재구축해야 하고, 정권견제라는 야당 고유의 역할도 다 해야 한다. 국민에게 버림받은 제1야당으로 보수정당의 제 자리를 다시 찾아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은 문자 그대로 만신창이다. 새 체제가 출범했지만 한나라당에 이번 선거는 일찍이 경험 못한 역경이 될 것이다.
수락연설에서 박 대표는 "부패 기득권 정당의 오명을 벗어나 새롭게 출발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또 "뼈를 깎는 자성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이를 '진솔한 의지'라고 했지만 국민이 이를 받아줄지는 아직 모른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악의 결과로 재기불능에 처할지도 모를 위기의 한 가운데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단순히 얼굴만 바꾸는 것으로 '차떼기' 정당의 오명이 만회될 리가 없다. 박 대표 체제가 가장 먼저 할 일이 통렬한 자기부정과 자기파괴여야 할 까닭이다. 그 실천의 각오와 가능성을 증명해야 용서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