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획일화 대신 특성화된 다양성이 참다운 경쟁력을 발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단 8명은 올 2월 지방 분권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을 방문했다.처음 우리가 방문한 곳은 영국 런던이었다. 먼저 대학, 기업,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지방분권의 뜻을 살려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서레이 리서치 연구단지'에 들렀다. 대학은 연구 및 기술 이양을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며 기업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역할 분담으로 모범적인 연구단지의 전형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의 연구단지도 이런 모형을 본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설립 초기 중앙정부가 한 일은 부지 제공에 그쳤으며, 지방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비롯하여 행정적 편의를 제공했다. 제반 연구 시설과 부대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입주 업체 및 연구소의 몫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한 연구단지가 서레이 등 몇 곳을 빼고는 많지 않다는 사실도 우리나라 연구소와 대학이 고려해야 할 사항인 것 같다.
다음으로 영국의 지방정부 협의회에 들렀다. 이 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 100여개의 협의체이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에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에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다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취임하면서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영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자기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면 지방분권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의지와 지방의 경쟁력 여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프랑스에도 들렀다. 상원 접견실에서 프랑스 시장 협의회와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간 상호 협조를 위한 조인식을 맺었다. 지방분권의 대표적 선진국인 프랑스 지방정부와 우리나라 지방정부가 상호 협조를 위해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권력과 행정 전반이 중앙으로 집중된 형태 즉, 무늬만 지방화를 표방하는 학술성, 구호성 지방분권은 구 시대의 인습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할 시기이다. 나아가 세계화, 지방화, 다양화의 시대적 부름에 부응하여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언론 등 각 분야에서 지역화·지방화는 더욱 가속화돼야 할 것이다.
이 학 렬 경남 고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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