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종업원의 복리후생을 위해 주로 가입하는 단체보험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해도 정작 피보험자인 종업원은 보상을 못 받고 기업주나 회사만 보험금을 챙기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23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단체상해보험이나 생명보험의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비자 민원과 분쟁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예는 회사가 보험금을 임의로 가로채는 경우. 기계류 제조업체인 경기 군포시의 S사 직원 심모씨는 올 1월 퇴근길에 회사 부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다행히 S사는 종업원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단체생명보험에 가입한 상태였고, 실제로 심씨의 사망 이후 보험사로부터 5,000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하지만 유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자 회사는 "법적 의무가 없다"며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계약상 해당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종업원이지만, 수익자는 회사로 돼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남 산청의 모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던 김모씨의 유족들도 비슷한 이유로 보험소비자단체에 민원을 접수했다. 김씨의 회사 역시 종업원을 피보험자로 하는 1억원짜리 단체생명보험을 들었지만, 김씨의 사망 이후 유족에게 한 푼의 위로금도 주지 않았고 유족 몰래 김씨의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수령했다가 분쟁에 휘말렸다.
보험소비자 권익단체인 자동차보험소비자연합은 이 같은 피해사례 수십건을 모아 조만간 해당 기업들을 상대로 보험금 반환을 위한 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소비자연합 관계자는 "단체보험에 가입하면 기업 입장에선 세법상 손비처리가 가능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이를 담보로 약관대출도 받을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며 "영세 중소기업들의 경우 단체보험이 본래 취지와 달리 종업원 착취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만큼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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