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방송되는 초·고급 강의를 녹화하려면 밤을 새워야 할 판입니다." "위성방송 수신장비와 인터넷 시스템도 아직 갖추지 않았는데 수능강의를 무슨 수로 학생들에게 보여줍니까." "학교에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인터넷 강의를 대형 모니터에 띄우면 글자가 깨지고 화질이 떨어집니다."교육방송(EBS) 수능강의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자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며칠 간격으로 제도를 계속 바꾸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교사가 진행하는 중급 과정은 TV 위성방송으로, 학원강사가 나오는 초·고급은 인터넷으로 내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국가 상용망 마비 위험성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인터넷 강의를 3개월간 시험운영하며 보완하겠다고 후퇴했다. 그리고 다시 며칠 만에 위성방송을 통해서도 초·고급을 내보내는 쪽으로 급히 방침을 바꾸었다. 강사진 구성도 교재 저작권 등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22일에야 마무리했다. 부실 교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대책 발표 40여 일만에 무려 51개 과목을 TV방송과 인터넷 강의로 동시 진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고 지적한다. 충분한 준비 없이 수능강의 계획을 발표했다가 호응이 예상외로 엄청나자 뒷감당을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날림 강의와 파행 운영은 학생들의 원성만 사게 된다. 과목 수를 줄이고 시기를 늦추더라도 알차게 진행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도 누차 강조했듯이 이번 대책이 공교육을 살리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고재학 사회1부 차장대우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