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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신용불량자 대책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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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신용불량자 대책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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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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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핵폭탄으로 정신이 없다. 이미 여론이 탄핵에 관해 어떤 의사를 표명하는지 알고 있고, 헌번재판소도 검토를 시작했으므로 이제는 다시 국민경제를 챙겨야 할 때다. 정치적 이슈로 높은 지지를 받던 정부라 해도 경제를 무너뜨리면 여론은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리는 것이 다반사다.참여정부 2기 경제팀이 총선을 앞두고 지난 10일 우리 경제의 뇌관인 신용불량자 대책을 발표하였다. 국민의 정부 당시 경기부양책 기조 하에서 준비 안 된 규제완화 정책과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외형 확장 경영전략이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와 맞물리면서 최근 5년간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

현재 신용불량자 문제는 개인신용 시장의 문제를 넘어서 소비 위축, 고용 악화 등 중산·서민층 생계와 직결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선진국 대부분이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데도 우리 경제는 아직도 내수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용불량자 문제는 순환적 경기 상황 악화 차원을 넘어 중산층 퇴조라는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현실로 볼 때 경기회복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미 개혁적 민간 전문가들이 여러 해 동안 충고와 비판을 했는데도 귀 기울이지 않던 정부가 늦게나마 신용불량자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정면돌파하고자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이번 대책에도 해당될까? 정부 대책은 3단계로 추진하는 구조이다. 1단계는 개별 금융기관 책임 하에 처리하고, 2단계는 신설되는 배드 뱅크를 중심으로 다중채무자 문제를 처리하고, 3단계는 개인채무회생법과 파산법 등의 법적 제도 하에 처리하도록 했다. 큰 방향은 옳다고 하겠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기관들과 협의해 큰 틀의 시스템만 구축하고 구체적 운영은 금융기관들한테 자율적으로 맡김으로써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작용이 최소화되면서 신용불량자들이 시장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했다. 그러나 정부안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정부가 나서서 서두른 나머지 도덕적 해이가 번지는 부작용이 일고 있고 연체율이 오히려 급등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 인프라 조성과 시스템 작동에 정책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데 신용불량자 숫자 줄이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많다.

정부보다는 개별 금융기관이 채무자에 대한 정보가 많고 정확하기 때문에 채무 상환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이자를 면제할지 아니면 원리금 모두를 대손처리할지 결정하되, 이에 대한 처리과정도 개별사 경영판단을 존중해 대외적 보안을 유지함으로써 떼거리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의 선심성 행정은 마구잡이 식으로 획일적 기준을 발표함으로써 일선 금융회사들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꼴이 되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퇴치하기 위한 또 다른 대책을 발표하는 등 냉온탕식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이번 신용불량자 대책을 통해 우리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직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수없이 값비싼 비용을 치렀는데도 정부의 일처리 과정은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시장의 비난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총선을 앞두고 만든 대책이라도 시장에서 신뢰받고 존중받는 그런 정책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권 영 준 경희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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