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은 만큼 돌려 주어야지요. 한국에 돌아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사노맹) '중앙위원장으로 1992년부터 8년간 수감 생활을 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백태웅(42·사진)씨가 국내 로펌의 해외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게 됐다.
지난 해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조교수로 국제인권법을 강의 중인 백씨는 지난 달 진보적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무법인 '정평'의 제의를 받아 국제 인권법 및 미국법 관련 자문을 맡기로 했다.
밴쿠버에 체류 중인 백씨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대 법대 81학번 동기인 정평의 김제완, 박연철(정평 대표) 변호사 등이 자문 활동을 제의해 왔다"며 "사노맹 사건 당시 변호를 맡았던 박 변호사와의 인연을 생각해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8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백씨는 92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99년 사면돼 아내 전경희(42)씨와 함께 도미했다.
이후 인디애나주 노틀담대에서 '동맹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전쟁 범죄: 노근리 사건'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국제 인권법 박사과정을 마친 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인권기구의 전망'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2001년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에서 열린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사회를 맡는가 하면 지난해 하버드대 제주 4·3 항쟁 관련 국제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기도 했다. 석사과정을 밟으면서도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 인턴 연구원 및 컨설턴트로 중국을 방문해 북한 난민 실태 보고서를 작성했다.
백씨는 "한국에서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민주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남미 못지않은 한국의 민주화 사례를 미주 지역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과거 반체제 활동에 대해서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함께 하며 변화하는 사회를 볼 수 있었던 더 없이 소중한 젊은 시절이었다"며 "외국 생활을 하면서 과거의 경험을 폭 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이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7월 첫 아들을 보았다. 백씨는 "아직은 과거의 생각과 활동을 반추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 신분"이라며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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