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호텔 앞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택시기사로부터 승차 거부를 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호텔 앞에 줄 서 있는 택시 기사들은 한결같이 가는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했다. 화가 난 외국인은 호텔 안내를 불러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안내인 역시 소극적으로 몇 마디 사정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그 일본인은 호텔 직원까지 불렀다.그래도 택시 기사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외국인의 태도는 과격해졌다.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는 일본인이 왜 한국에 와서 행패냐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도 우리 정서 속에 일본인에 대한 악감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몇 해 전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동료들과 일본을 방문했다. 한인 동포 댁에 머무르게 됐다. 그 때만 해도 김치가 수입되지 않아 동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한국의 총각김치였다. 여름이라 김치를 해 가져가는 것보다 현지에 가서 김치를 담그자는 것이 동료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입국 시 흙이 묻은 채소는 반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우리는 검역에 걸리고 말았다. 인솔을 맡은 나로서는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검역관은 참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먼저 반입이 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후 뿌리는 가져갈 수 없지만 줄기 부분은 가져 갈 수 있으니 원한다면 가져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겠다고 하니까 동료 검역관을 모두 모으더니 줄기 하나 하나를 휴지로 닦아 흙을 털어내 주는 것이었다. 박스로 세 박스 모두 열 단이었다. 무려 40분이 흘렀다.
너무 송구해서 그만 하시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검역관 누구도 인상 쓰지 않고 즐거운 표정으로 작업을 했다. 마지막으로 출국 때 와서 뿌리 부분을 가져가라고 했다.
오늘도 호텔 앞에는 '日本語 OK' 표시를 하고 일본인 고객을 유치하려는 택시가 줄 지어 서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자세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일까? 단지 돈벌이로만 관광객을 반기는 것은 아닐까? 관광객이 밀려드는 계절이다. 불친절하고 교양 없는 우리 모습이 일본 관광객의 여행수첩 유의사항에 기재되지 않기를 바란다.
/강병동·서울 동대문구 휘경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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