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나라당 대표경선은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대부분 예상을 뒤엎고 1차에서 결판이 났다. 전날 저녁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상대로 실시된 국민여론조사가 사실상 판도를 갈라버렸기 때문이다.박근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49.75%의 지지를 받아 21.95%를 얻은 홍사덕 후보에 크게 앞섰다. 대의원 득표수로 환산하면 여론조사로만 702표를 벌린 것. '탄핵철회'를 주장했던 김문수 후보가 비교적 선전한 것도 여론조사에서 19.75%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당초 장담과 달리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도 박 후보에게 459표나 뒤졌다. 당 서열 2인자로서 지도부 책임론이 멍에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편 신임 박 대표는 이날 경선 직후 가진 YT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법치를 지킬 것을 확실히 약속하면 탄핵은 철회해야 한다"고 말해 잠시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박 대표는 논란이 일자 "탄핵의결 이전 상황을 착각해 말했던 것"이라며 "헌재의 판결을 차분히 기다린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축제라기 보다는 비장감이 가득한 결의의 장이었다. 홍 후보는 연설에서 "촛불집회에 가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돌팔매에 쓰러지면 홍사덕을 업고 총선을 돌파하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는 연설에서 탄핵 철회론을 꺼내지도 못했다. 그는 "차떼기 때문에 망했다"는 말을 꺼낸 것 만으로도 "내려와라"는 야유를 받아야 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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