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시범은 없다. 오직 실전이다.'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즈·사진)이 25일 동안 펼쳐진 일본프로야구 시범경기 일정을 23일 마쳤다. 대미는 125m짜리 1점 홈런(3호)으로 장식했다. 이로써 이승엽은 14번 출장해 타율 2할2푼2리(45타수 10안타 3홈런)의 평범한 성적표를 받았다.
꾸지람도 듣고 칭찬도 받아야 할 터지만 숨돌릴 틈 없이 이승엽은 27일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선봉에 선 세이부 라이언스를 첫 상대로 모두 140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일본열도 정복'에 앞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일의 적은 이승엽의 방망이를 위협하는 일본 투수들이다. 이승엽은 시범경기 내내 허를 찌르는 변화구와 송곳 제구력에 시달렸다. 14일 마쓰자카는 불과 공 9개로 이승엽에게 삼진 2개를 안겼다. 이승엽은 직구처럼 공이 살아오다 밑으로 뚝 떨어지거나 옆으로 꺾이는 변화구 공략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즌 내내 풀어야 할 숙제인 셈.
또 키킹 뒤 발을 멈추는 까다로운 이중동작과 오버핸드 스리쿼터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한 투구 폼도 적응해야 한다. '사와무라상'을 받은 다이에의 정통파 투수 사이토조차 이승엽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승엽은 "분명 제대로 셌는데 자꾸 타이밍을 놓친다"고 털어놓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어김없이 변화구로 유인하는 일본 투수들의 특이한 볼 배합 파악도 난제다. 오직 "자신이 기다리는 공이 날아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는 것"만이 비법이다.
현해탄을 건넌 6명의 프로야구선수 중 성공 사례는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이 유일하게 꼽힌다.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지존'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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