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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야생의 전설… 공존의 길은?/EBS 다큐 "공존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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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야생의 전설… 공존의 길은?/EBS 다큐 "공존의 그늘"

입력
200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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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밖에 있던 배고픈 여우 옳거니 하면서 물고 갔다네."어릴 적 부르던 동요의 한 소절이다. 하지만 옛 말일 뿐이다. 곶감 무서워 도망치는 호랑이는커녕 배고픈 여우도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몇 종 남지 않은 야생동물들도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사람과 가축, 야생 동물이 더불어 살며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EBS가 29, 30일 밤 11시 방송하는 2부작 자연다큐멘터리 '공존의 그늘'(연출 서 준)은 이런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제라도 새로운 공존의 해법을 찾을 수는 없는지 묻는다.

1부 '사라져가는 이야기'는 오대산 자락의 한 양계농장 주변에서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가는 야생 육식동물들을 다룬다. 대낮에 겁도 없이 달걀을 훔치려다, 인기척에 놀라 달아난 족제비 는 며칠 뒤 국도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덫에 걸려 왼쪽 앞발을 잃은 너구리는 아예 하우스 안에 진을 치고, 하룻밤에 닭 여섯 마리를 해치운다. 배가 부르면 사냥을 멈추는 야생동물의 습성을 잃어버린 것.

지난해 봄 목격됐을 때만 해도 국내 유일의 고양이과 맹수답게 거친 야성을 드러내던 삵(살쾡이)도 1년 만에 앞다리 하나가 잘린 채 나타나, 덩치 큰 닭 대신 쥐 사냥에 열중한다. 인간이 놓은 덫에 다리를 잃고도 인간의 농장에 기대 근근이 목숨을 이어가는 초라한 삵의 모습은 야생동물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부 '인간의 땅, 야생의 영역'은 육식동물의 급감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초식 야생동물들과 농민들이 고랭지 배추밭을 무대로 벌이는 '전쟁'을 담았다. 갓 심은 배추 모종을 뽑아먹는 고라니, 대낮에 유유자적 배추 속을 파먹는 멧돼지, 올무에 걸려 죽어가는 고라니 등의 모습과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밭에서 밤을 새우는 농민들의 애환이 대비된다.

이 작품은 지난해 2월부터 1년을 투자하며 공을 들인 덕에 야생동물의 사냥 순간을 턱 밑에서 잡는 등 생생한 화면으로 가득하다. 서 준 PD는 "현실을 생생히 기록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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