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세계보건기구(WHO) 한국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울 시민의 건강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서울시가 '건강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채용한 독일인 보건전문가 캐트린 크라이젤(30·여)씨. 그는 22일 첫 출근 소감을 이 말로 대신했다.
크라이젤이 아버지와 한국생활을 경험했던 것은 1977년부터 80년대 초까지의 어린시절. "당시 서울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블랙'이었죠. 단순하고 획일화한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이어 "삼성에 근무하는 약혼자(독일인)를 만나러 최근 서울에 들렀다가 우연히 보건전문가 공모에 지원해 이렇게 인연을 잇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크라이젤은 오스트리아, 탄자니아, 스위스 등에서 10여년간 사회보건 관련 경력을 쌓은 전문가. 현재 서울대 보건대학원 강사로 출강중인 그는 앞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건강도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료를 분석, 진단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다.
"서울시민 건강의 가장 큰 적은 비만이나 운동부족이 아닌 지나친 흡연과 음주입니다." 그는 "스트레스도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라이젤이 구상하는 서울의 건강도시 프로젝트는 이전까지 별도로 진행되던 보건, 환경, 개인위생을 하나로 묶어 복합적으로 연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크라이젤은 이 달 초 영문서류 감수요원으로 임용된 리슬리 벤필드씨에 이어 두 번째 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크라이젤에게 한국과의 인연을 처음 맺어준 아버지도 최근 일본 WHO 고베시 센터 책임자로 부임했다. 부녀가 한국과 일본인의 건강증진을 위해 최일선에 나선 셈이다.
"시민들의 만성적인 성인병 고민을 덜어주고 서울을 살기 좋은 건강도시로 만드는데 초석이 되겠다"는 크라이젤의 다짐에는 진지함이 배어나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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