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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한국영화인데… "DVD가 외국에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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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한국영화인데… "DVD가 외국에만 있네"

입력
200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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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24일 출시될 한 편의 DVD가 눈길을 끈다. 바로 이순재 남정임이 출연한 1967년 작품 '대괴수 용가리'(영어제목 Yongary: Monster From The Deep). '사마리아'의 김기덕 감독과 동명이인인 김기덕 감독의 '용가리'는 당시에 획기적인 특수효과 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작품.국내에서도 DVD로 나오지 않은 이 작품이 해외에서 DVD로 출시된다는 소식이 애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해외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에는 "공룡 괴수영화의 대중화에 성공한 용가리가 미국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B급 영화팬들을 기쁘게 한다"(ID Shuster30)는 영문 소감이 게재돼 있다.

외국에서만 DVD로 나온 우리 영화

외국에서만 DVD로 출시된 사례는 용가리 뿐만이 아니다. '춘향뎐' '서편제' '태백산맥' 등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들이 국내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일본과 미국에서 선보였다. 일본에서는 '임권택 박스세트'까지 나와 있다.

서정 주연, 김기덕 감독 작품 '섬'도 지난해 미국과 홍콩에서 영문 자막 DVD로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상영불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 역시 2002년에 일찌감치 무삭제판으로 미국에서 선보였다. 여명과 이나영이 함께 출연한 박희준 감독의 '천사몽', 최진실과 김민종이 주연한 '홀리데이 인 서울', 전도연·최민식 주연의 '해피엔드' 등의 DVD는 홍콩에서만 만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우리 영화에 관심을 갖고 DVD를 제작하는데, 정작 국내에는 DVD가 나와있지 않다 보니 해당 DVD를 보려면 거꾸로 해외 쇼핑몰에 주문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친구' '하얀전쟁' '공동경비구역 JSA' DVD도 해외 출시보다 국내 출시가 늦어져 상당량이 외국에서 역수입됐다.

국내에 필름이 없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열악한 필름 보존 때문이다. 제작사의 관리소홀로 원본 필름이 없어진 것이 부지기수고, 남아있는 필름도 상태가 좋지 않아 DVD로 제작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괴수 용가리'와 '로보트 태권V'. '대괴수 용가리'의 경우 미국에 수출 당시 원본 필름을 보내버렸다. '로보트 태권V'도 원본 필름의 행방이 묘연하며 극장 상영용 복사본(프린트)이 지난해 뒤늦게 발견됐다. 종영한지 4개월이 채 안된 '올드 보이'는 원본 필름은 남아 있으나, 너무 낡아서 DVD 제작이 불가능한 상태. 그래서 원본 필름에서 한 단계 가공을 거친 마스터 포지티브 필름을 사용했다. 당연히 화질은 원본 필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 필름을 보관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상영을 위해 등급 심의를 받은 장편영화는 의무적으로 영상자료원에 필름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영상자료원은 예산부족으로 원본 필름대신 화질이 크게 떨어지는 프린트를 보관하고 있다. 그마저도 보관장소가 마땅치 않아 예술의전당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해 보관하고 있으나, 변질을 막기 위한 기준인 온도 섭씨 5도, 습도 30%(천연색 영화)의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DVD 제작은 고사하고 작품 보존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영상자료원의 손기수 보존1팀장은 "서울 상암동에 보관용 별도 건물을 마련해 2007년까지 옮길 예정이나,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며 "예산을 책정하는 정부에서 영화도 문화재라는 인식을 갖고 보존에 힘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DVD 제작을 넘어 문화재 관리차원에서 필름 보존을 위한 제작사와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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