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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농작물 재해보험 확대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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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농작물 재해보험 확대만이 능사 아니다

입력
200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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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발생한 3월 폭설로 일부 농가가 큰 피해를 보았다. 정부에서는 재해특별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금을 지급하여 피해를 복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로 국가 지원 외에 가입자가 스스로 보험료를 내고 보상받는 제도로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다.

미국은 1939년부터, 일본은 47년부터 시행하여 이미 50년 이상 됐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진 국가를 포함해 54개국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사과와 배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하였으며 이듬해 포도, 복숭아, 감귤, 단감을 추가하여 현재 6개 작물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2002년 태풍 루사 발생시 348억원, 2003년 태풍 매미 발생시 499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이번 폭설로 피해를 본 작물은 대부분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혜택을 볼 수 없었다. 아쉬움과 죄송함을 금할 수 없다.

각종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보험 가입 대상 작물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늘고 있다. 보험제도만 있으면 자연재해로 인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러나 보험은 시장 원리에 따른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보험료는 사고 발생 가능성에 따라 정해지며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농작물은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아무리 보험 내용이 좋아도 보험료가 너무 비싸면 가입하지 않는다.

둘째 경작지별로 위험을 세분화해서 보험료를 차별화해야 한다. 급하다고 이를 간과하게 되면 위험이 적은 가입자가 손해를 입게 된다.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멀쩡한 하우스도 있다.

셋째 피해 정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손해평가가 불가능한 위험은 보험 대상이 될 수 없다. 농작물이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것인지 또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넷째 보험회사가 위험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이 큰 경우는 재보험 제도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게 되는데 자연재해는 재보험 시장이 잘 형성돼 있지 않다.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 작물 확대는 여러 조건이 충족됐을 때 할 수 있다. 단순히 가입자의 요구만으로 시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가입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도 서둘러 작물을 확대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50년 이상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22개 작물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보험제도가 만능은 아니다.

김 재 현 농협 농작물 보험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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