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1ℓ당 1,400원을 넘어서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자동차 유지비가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연료소비량은 운전습관, 도로상태, 교통상황, 자동차 성능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이중 자동차의 연료효율을 나타내는 공인연비는 자동차 유지비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뿐만 아니라, 공해배출 정도 및 엔진의 효율성 등을 간접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수치이다. 즉 연비가 높은 차 일수록 적은 연료로 보다 멀리 갈 수 있고, 그만큼 배출되는 물질도 적다는 의미이다. 배기량별 연비가 높은 차를 알아본다.1,000㏄ 이하 한동안 GM대우 마티즈II가 독점하던 초소형차 시장에 기아자동차 모닝이 도전하고 있다. 수동변속기 부분에서는 엔진이 200㏄가 큰 모닝(999㏄)이 1ℓ로 18.3㎞를 주행해 국내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차 자리를 차지했지만, 자동변속기 부분에서는 경우 무단자동변속기(CVT)를 채택한 마티즈II(17.0ℓ/㎞·이하 단위 생략)가 모닝(15.5)보다 앞선다.
1,500㏄이하 우선 소형차급으로 분류되는 1,300㏄급에서는 현대자동차 베르나·클릭, GM대우 칼로스, 기아차 리오 등이 경쟁 차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표적 '생애 첫 차'(엔트리 카) 역할을 맡아 왔으나, 최근에는 엔트리 카가 준중형급으로 올라가면서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엔진에 비해 차체가 큰 준중형 보다 기동력에서 오히려 앞선다는 평을 받는다. 현대차 베르나가 1ℓ당 14.9㎞를 주행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국내에서 준중형으로 분류되는 1,500㏄급은 현대차·기아차·GM대우·르노삼성차가 충돌해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분이다. 최신형 엔진을 장착한 차가 연비에서 앞서는데 GM대우 라세티가 12.7로 1위를 기록했고, 기아차 세라토가 12.4로 2위를 차지했다.
2,000㏄ 이하 중형차는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이 영역의 국산차 중 가장 연비가 높은 차량은 SM5(10.3)다. 지난해 9월 선보인 2004년형의 경우 국내 최초로 방청 보증(표면부식 3년, 관통부식 5년)을 실시 중이다. 2위는 기아 뉴옵티마가 차지했다.
수입차 중에는 아우디A4 2.0(11.5)이 1위에 올랐다. 아우디A4는 5밸브 DOHC터보엔진을 장착, 출력은 늘리고 배출가스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차체도 100% 양면 아연 도금 강판으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충격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A4 2.0은 지난해말부터 판매 중지 중이지만 다음달부터 수입이 재개된다. 2위는 폴크스바겐 골프다.
2,500㏄ 이하 올해 일본 혼다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국산차와 수입차간의 시장쟁탈전이 가장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이다. 국산 중에서는 르노삼성의 SM525(9.2)와 현대차의 그랜저XG(8.6)가 연비상위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입차와 비교해 다소 연비가 떨어진다.
수입차의 경우 BMW325i가 9.5로 1위를 차지했다. BMW 3시리즈는 한국에서는 5시리즈에 비해 판매가 적지만, 유럽에서는 BMW라인업 중 가장 판매비중이 높은 차종이다.
3,000㏄ 이하 대형차로 분류되는 영역으로 국산 중에서는 기아 오피러스2.7이 7.8로 연비가 가장 우수했다. 디자인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기아는 지난해말 미국 수출을 시작해 현지에서 호평을 얻었다. 2위는 에쿠스 3.0모델이다.
수입차에서는 스포츠카는 연비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포르쉐 복스터가 10.1로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2위는 볼보 S60 4륜구동 모델로 9.6이라는 우수한 연비를 기록했다. S60은 5기통 고압터보 엔진을 장착했는데, 배기량이 3,000㏄가 넘어서면 관련세금이 살인적으로 올라가는 스웨덴 현지법을 피하기 위한 볼보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3,000㏄ 이상 대체로 기름값이 비싼 유럽이나 일본에서 생산된 차들이 연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3,000㏄이상 급에서는 미국 GM의 캐딜락GTS가 12.5로 당당히 공인연비 1등급을 자랑하고 있다. 국산 중형차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널리 알려진 첨단 외양을 지니고 있는 GTS는 3.2㏄ 6기통 엔진을 장착했으며, GM측은 캐딜락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수입차 부동의 베스트셀러인 렉서스 ES330(10.2)가 그 뒤를 이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동차 구입시 연비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지만, 고유가가 지속되고 차량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점차 연비가 좋은 차를 고르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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